오늘은 억세게 일진이 안 좋은 날이다. 아침부터 다리에 쥐가 나서 악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원래 임산부들은 쥐가 많이 난다고 들었지만 전혀 증상이 없어 방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쥐가 나서 깨보니 너무 괴롭다. 남편이 거실에 있다가 악 소리에 달려나와 주물러주었다. 일어나보니 벌써 6시 10분이다.

  집에 밥도 없고 계란도 1개뿐이고 늘 구비해두던 사과도 바나나도 없었다. 냉동실에 넣어둔 빵을 토스트하고 크림치즈와 쨈을 바르고 1개 남은 계란을 후라이했다. 어머님이 주신 오디쨈을 바르려했는데 설탕 대신 꿀로 만들어서인지 미약하게 곰팡이가 생겨 버리고 친정에서 가져온 블루베리쨈으로 대체했다. 오디쨈 맛있어서 좋아했는데 어머님이 직접 따시고 만든거라 버린게 너무 죄송했다. 또 토스트에 있는 빵을 꺼내다 손가락을 데이기도 했고 잘 먹던 빵에서 곰팡이처럼 푸르스름한 점도 발견했다. 찝찝해서 남은 빵도 같이 버렸는데 이 정도면 일진이 너무 사납다. 오늘은 순산체조고 뭐고 밖에 나가지 않기로 한다.

  남편을 배웅해주고 다시 잠을 잤는데 어제 8시간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11시까지 잤다. 어차피 체조를 안가려고 했지만 이 시간에 일어나면 정말 참석은 물 건너가버렸다. 남편이 펜션비 결제를 위해 은행에 돈을 부쳐달라는 메신저 알람에 깨서 바로 인터넷뱅킹을 켜서 돈을 보냈다. 내일 남편 회사에서 일반검진이 있어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먹기로 했기 때문에 점심은 밥을 먹어야하는데 밥을 하기가 귀찮아져 일단 옥수수 2개와 단백질바를 간식으로 챙겨먹었다.

  아무것도 안하기로 한 날이기에 하염없이 TV만 보다가 3시에 늦은 점심을 차려먹고 쉬다가 빨래를 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은 소화나 내일 남편 일반검진을 생각해 어머님이 주신 단호박으로 죽을 만드려고 했는데 남편이 너무 배가 고프니 그냥 밥을 먹는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점심에 먹고 밥이 애매하게 1그릇 조금 넘게 남아서 예정대로 단호박죽도 같이 끓이기로 했다.

  밥솥에 단호박을 넣고 믹서에 갈아 냄비에 넣었는데 남편 저녁용으로 제육볶음을 하느라 잔열이 남아 호박죽을 냄비에 올리자마자 튀는 바람에 손목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데였다. 진짜 오늘 밖에 안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일진이 사나운 날에 집에만 있을 수 있는 것도 백수의 특권인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남편이 너무 피곤해보여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고 하고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산책을 가려고 했는데 계속되는 부상에 잠깐 마트만 다녀오기로 했다. 마트에서 필요물품을 구입하고 갑자기 먹고 싶어져서 87닭강정에서 닭강정에 고구마튀김을 추가해서 사왔다. 남편은 검진 때문에 참으려고 했는데 결국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집에서 닭강정과 맥주를 1캔만 마셨다.

  닭강정을 먹기 위해 사둔 꼬치를 찾다가 호일 칼날에 또 손을 긁혔다. 진짜 오늘 왜 이렇게 안 되는 날일까? 이렇게까지 운이 없는날은 살다살다 처음인 것 같다. 닭강정을 먹으며 남편과 소확행을 주제로 한 사진공모전에 낼 사진 컨셉에 대해 논의를 했다. 시간이 촉박해 참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남편의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하기 위해 이번달에 예상하지 못한 100만원의 지출이 생겼기도 하고 입상을 하면 현재 사진 찍는 수준도 알 수 있고 좀 더 사진에 관심을 가질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당분간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은 참여를 할 수 있게 남편에게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많이 참여하다보면 언젠가는 입상도 하고 사진실력도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남편처럼 퇴근 후 가벼운 안주에 맥주 한 잔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소확행이 아닌가 싶다. 나도 맥주 먹고 싶다. 모유수유까지 끝내면 취할 때까진 아니더라도 딩턴이 잘 때 남편과 맥주랑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인터넷 강의와 책을 좀 보다가 씻고 오후에 도착한 시드물 제품들로 필링을 하고 스킨케어를 했다. 남편도 해줬는데 얼굴이 뽀얗다. 3일째 해주고 있는데 귀찮다고 안할 줄 알았는데 남편이 스킨케어를 받는 시간을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샵에서 스킨케어를 받을 때도 기분 좋은 느낌이 있는데 남편도 그럴까? 아무래도 스킨케어를 해주다보면 얼굴에 터치를 해야해서 스킨십으로 인한 감정적인 따스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남편이 스킨케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딩턴이를 낳을 때까지는 빼먹지 말고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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