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피곤해서 저녁 8시부터 잠을 잤고 유건이도 분유텀이 짧아지긴 했지만 밤에 잘 자주었기에 어느 때보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이었다. 남편이 아침밥을 차려주고 코코아까지 챙겨줘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남편이 출근을 한 뒤에도 유건이가 1시간 30분을 더 자줘서 씻고 빨래도 돌리고 그야말로 여유로운 아침이었다.

  이 평화가 지속될 줄 알았는데 유건이가 일어났고 냄새가 나서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이불을 걷었는데 기저귀 너머로 그야말로 대변테러다. 입고 있던 배냇저고리며 깔려있던 속싸개, 기저귀를 간 방수패드와 기저귀 갈을 때 덮어준 속싸개까지 완전 범벅을 해두었다. 그 와중에 분유텀까지 다가와서 배고프다고 우는 유건이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처음에는 아침에 남편이 기저귀를 잘 못 채웠나? 생각했었는데 유건이가 많이 싸기도 했고 어제 2단계로 기저귀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주문한 하기스 기저귀가 도착하지 않아 출산용품 패키지에 있던 베피스 기저귀 소형을 사용해서 사이즈도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물티슈로 응아를 처리하고 대야에 물을 받아 씻겼다. 유건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배냇저고리도 혼자 갈아입혔다. 일단 거실 뒷정리는 미루고 배고프다고 우는 유건이를 방으로 데려가 분유부터 먹였다. 분유를 먹고 유건이는 푹 자고 나는 응아 묻은 세탁물을 애벌빨래해서 세탁기에 돌렸다. 유건이가 자줘서 다행이긴 하지만 빨래가 끝나자마자 깬 유건이 덕분에 나는 자지도 못했다.

  남편에게 유건이 테러 사진을 보내니 충격받은듯 하다. 연신 고생했다며 푹 쉬라고 했다. 힘든 하루다. 속이 시원한지 모빌을 틀어주니 곧 잘 보는 유건이다. 이제 모빌이 도는 방향으로 고개까지 돌린다. 제법 시력이 보이는 것 같다. 유건이가 자는 낮 동안 30분 정도 잠을 잔후 젖병을 씻었다. 내가 젖병을 씻으니 유건이 고개가 씽크대쪽으로 돌아간다. 아직 30cm 정도 밖에 안보일텐데 소리로 날 찾은건가? 아무튼 하루하루 없던 능력이 생기고 부쩍 커가는 것이 느껴진다.

  남편이 오늘 좀 일찍 퇴근해서 기념으로 부모산가든에서 석갈비를 시켜 먹었다. 처음 시켰는데 불향도 좋고 너무 맛있었다. 출산한지 얼마 안되서 밖에 나가는 대신 배달음식을 자주 먹는데 생각지 않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고 싶긴 하다. 유건이가 있어 당분간 나가서 먹는 것은 불가라 더 나가고 싶은 것 같다. 예전에 버거킹에 갔을 때 엄마와 5살 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함께 햄버거를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나도 유건이가 조금 크면 남편이 늦는 날 함께 햄버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아들과 데이트를 하고 싶다. 아직 까마득 하겠지만 그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기도 하고 유건이가 좀 천천히 커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어찌됐던 매일 유건이가 커나갈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행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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