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0분에 일어나서 씻고 화장품을 바르고 파우치에 챙겨서 짐 가방에 넣었다. 3박 4일에 짐 가방과 분리수거 쓰레기를 버리고 운동화도 챙겨가느라 2번을 왔다갔다했다. 다행히 어제 씻은 체리는 잊지 않고 챙겨왔다. 7시에 출발하려했는데 15분 정도 지체되었다. 아침은 죽전휴게소에서 먹기로 사전에 결정했기에 죽전휴게소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다행히 생각보다 차도 없고 길도 막히지 않았다. 8시 20분쯤 죽전휴게소에 도착해 자율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남편이 서울로 출장을 갈 때마다 자율식당에 자주 들르는데 이 곳은 반찬마다 가격이 매겨져있어 먹고 싶은 반찬만 고르면 된다. 영업시간이 기재되어있지 않아 혹시나 늦게 문을 열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영업중이었고 오히려 반찬이 떨어져가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오늘 폭식 예정이기에 아침은 한 그릇으로 나눠먹기로 했는데 꽁치구이와 된장국, 김치, 김, 제육볶음을 골랐다. 1인 치고는 10,600원의 다소 비싼 식사였지만 그래도 퀄리티가 좋아 만족스러웠다. 혼밥족을 위한 자리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콘센트까지 구비되어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끈다. 나중에 이사가면 나도 깔끔하게 식탁이나 주방 등에는 콘센트를 매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고 할리스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구입했다. 디카페인이 있는지 문의드렸는데 없어서 그냥 남편꺼 일반 아메리카노 한 잔만 사서 나눠 마셨다. 휴게소에 들릴 때 체리를 차에 두고 내려서 체리는 출발하면서 하나씩 집어 먹었는데 여전히 시원해서 어제보다 맛있게 먹었다.

  서울에서 재봉틀 직거래를 할 예정이어서 호텔이 아닌 강서구로 향했다. 한 번 작동이 되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아침부터 방문을 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레몬에이드도 대접해주셨다. 단란한 세 가족이 보기가 좋았고 아들이 5살이고 태교용으로 배우고 구입하셨다고 하셔서  예비 아들 맘에 태교로 재봉틀을 배우고 있는 나 역시 반가웠다. 원래 강습 받는데서 쓰던 모델이 아니라 실을 거는게 힘들었는데 직접해주셔서 무사히 시연할 수 있었고 상태도 거의 새 것 같아서 맘에 들었다. 이제 집에 가서 책상을 싹 정리하고 재봉틀 모드로 변경한 후 열심히 할 일만 남은 것 같다. 재봉틀 책도 한 권 선물로 주셔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딩턴이 손수건과 턱받이부터 우선 만들어줘야지 ^^ 휴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 너무 기대가 될 것 같다.

  재봉틀을 챙겨서 차에 싣고 입금을 드린 후 명동 스타즈 호텔로 향했다. 모두투어에서 만든 호텔체인인데 2호점에는 주차장이 없어서 1호점으로 예약을 했다. 차는 무사히 주차했지만 10시 30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체크인은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우선은 첫 번째 목적지인 서울숲으로 향했다. 다행히 호텔은 을지로 3가역과 가까워서 이동에 큰 무리는 없었으나 폭염으로 인해 날씨는 매우 더웠다. 2호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분당선으로 환승해 서울숲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 후 우선 밥부터 먹기로 하고 2018년 미슐랭 선정 맛집인 할머니의 레시피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이 곳은 주재원을 오래한 부부가 외국 생활에서 집밥의 그리움으로 차린 식당이라고 하는데 간판만 보고 식당주인이 할머니일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줄을 서며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맛집답게 만석이고 사람이 많아서인지 실내는 조금 더웠다. 나는 제육쌈밥세트, 남편은 제육열무비빔밥을 시켰는데 음식이 정갈하고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제육쌈밥세트에는 3종류의 젓갈이 포함되지만 안 익힌 음식이기에 남편에게 양보하고 나는 먹지 않았다. 남편도 나도 외식가서 한 공기 꽉찬 쌀밥을 다 먹은 것은 참 오래된 것 같았다. 줄 서서 먹을 만큼 특별히 맛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집에서 먹는 것 같은 너무 자극적이지 않는 깔끔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서울숲 갤러리아 포레에 가서 르누아르전을 관람했다. 평이 워낙 극과극이라 걱정했는데 작품이 적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나름 디지털 형식이 신선했다. 주말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어폰을 챙기지 않아 오디오를 들으며 같이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다. 나와 남편은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라 잘 알지 못하지만 따뜻한 색채의 그림과 어록에서 나타나는 그림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르누아르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아로마향이나 라벤더 정원 등 후각을 자극하고 연필 그리는 소리를 담은 ASMR나 딩턴이 자장가로 듣고 있는 클래식이 연주되어지고 있어서 청각적인 즐거움도 있었다. 태교로 좋은 시간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서울숲 산책을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아서 1층에 있는 카페에 들러 망고빙수를 먹었다. 계속 집 앞에 있는 이디아 망고빙수가 먹고 싶었는데 꾹꾹 참았었지만 오늘은 휴가이니 고삐가 풀리는 날이다. 더운 날씨에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망고빙수를 먹으며 바깥풍경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큰 개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 이 더운 날씨에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딸을 안고 걷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망고빙수로 더위를 조금 물리치긴 했으나 서울숲을 산책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 일단은 호텔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2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체크인이 되었다. 캐리어를 펴기 어려울 정도로 좁다는 평가를 본 적이 있었는데 깔끔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3박 4일에 2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예약했기에 이 정도 퀄리티에 이 정도 위치면 만족한다. 어느 펜션에 갔어도 절대 이 가격에 3박 4일 예약은 불가능했을 것 같다. 주변이 좀 오래된 것 같아보이지만 홍콩의 미니멀 호텔로 가는 거리도 걸었던 우리이기에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다. 또 나름 N서울타워도 보이는 뷰였다. 또 칫솔과 치약, 빗, 헤어캡, 바디스폰지 등 세면도구까지 구비되어 있어 만족스럽다. 다만 남편은 새벽에 운동을 갈 예정이기에 카드키가 1개인 것은 좀 아쉬웠다. 남편이 카드키를 가지고 가면 전원이 꺼질 것이고 안 가져가면 내가 문을 열어주어야하기에 씻거나 하는 상황이라면 좀 곤란할 수가 있다. 그래서 카드키가 2개인 곳을 선호하는데 이 점은 좀 아쉬웠다.

  호텔에 도착해서 우선 좀 씻고 남편은 낮잠을 자고 나는 잠들락 말락하다 남편이 깨는 바람에 같이 일어났다. 그래도 누워서 좀 쉬었더니 한결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원래 한강에서 치맥을 하고 N타워에 갈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호텔에 오는 바람에 두 군데를 가기에는 촉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N타워 케이블카는 줄이 매우 길고 3분 정도 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그냥 한강에 가가로 했다. 일단 가보고 날이 너무 더우면 건대CGV에서 미션임파서블을 보고 맛집을 가기로 했다.

  2호선을 쭉 타고 오다 건대입구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뚝섬유원지에 도착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전단지 공세다. 그늘에 있으면 바람이 불어서 어느 정도는 버틸만 하기에 텐트를 빌려 치킨을 먹기로 했다. 텐트는 더텐트, 치킨은 네네치킨에서 반반치킨을 시키고 배달음식 받는 곳에서 기다렸다. 텐트를 빌릴 때 테이블 주문을 잊었는데 여기서 현금 거래를 하려고 전화로 요청드리니 불법이라 안 된다고 하셨는데 서비스로 무료로 빌려주셨다. 덕분에 숙이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남편과 캠핑을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장비들 관리를 잘 못해서 지금은 거의 다 버려서 텐트를 친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원터치라 3초만에 텐트가 쳐졌다.

  텐트를 다 치고 치킨이 오는 동안 남편이 편의점에서 맥주와 얼음과 토레타를 사왔다. 치맥은 할 수 없으나 얼음에 시원한 토레타를 넣어 먹으니 더위가 한풀 가신다. 그늘에 텐트를 치긴 했지만 해가 지는 도중 그늘의 위치가 자꾸 변경되어 중간중간 텐트의 위치를 옮겨야했고 남편이 가방을 두고오는 바람에 챙겨왔던 블루투스 스피커도 선풍기도 놓고온 것이 에러였다. 치킨 배달 완료 전화가 오고 남편이 치킨을 받아왔는데 그새 또 그늘의 위치가 바껴서 우리 텐트는 땡볕에 있었다. 남편이 일어나라고 해서 일어났는데 매트에 미끄러지면서 발목을 접질렀고 넘어졌다. 발목도 아프지만 넘어지다니 딩턴이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매트 위라 크게 무리는 아닐 듯 했지만 임신 후 넘어진 적이 없었던지라 너무 놀랐다. 남편은 내가 넘어지는 것을 못봐서 텐트에 도착 후 "일어나랬자나 안 일어나고 왜 앉아있어?"라고 물었다. "나 미끄러져서 넘어졌어 발목을 삔 것 같아" 라고 했는데 "바보냐? 여기 넘어질게 뭐가 있어?" 하면서 웃는데 얄미웠다. 또 나는 임산부인지라 딩턴이한테 충격은 없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파스도 안되고 침도 안 되기 때문에 앓다가 자연스럽게 치유되길 기다려야되는데 거기까지 생각 못해주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당장 내일 일정에 걸지 못할까도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말로 해주니 그제서야 심각해지는 남편이다. 일단 살살 일어나서 텐트를 그늘로 옮기고 치킨을 먹었다. 치킨을 먹는 중에도 2번 정도 자리를 옮겼는데 운치 있고 한강뷰도 좋지만 그냥 매장에서 에어컨 쐬면서 먹는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가을에 날씨가 좋을 때 오면 더 좋을 듯 하다.

  치킨을 다 먹고 더워지는 날씨에 텐트를 정리를 하면서 한강 라면도 먹고는 싶었지만 텐트를 잘 못 접었는지 파우치 안에 안 들어간다. 발이 아픈 나를 대신에 남편이 반납을 하고 오려했지만 안 접히는 텐트로 속수무책이다. 텐트에 테이블, 매트까지 반납하려면 2번을 왕복해야하는 상황인지라 나도 같이 가기로 했다. 발 상태는 역시 안 좋았다. 점점 더 아파지고 있지만 언제 펴질지 모르는 텐트를 들고가는 남편도 아슬아슬하긴 마찬가지이다. 7분 정도를 걸어 텐트 반납장소에 도착했고 텐트를 한 번 덜 접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무사히 반납을 하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너무 힘들어서 라면을 먹으러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바로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탔다. 그냥 들어가긴 그래서 건대입구에서 미션임파서블을 보고 가자고 했는데 7시 15분 영화는 무리일 것 같아 왕십리에서 보자고 하고 2호선 환승도 마쳤다. 발을 다치기도 했고 임산부라 당당히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발 상태가 좋지 않아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더니 남편이 그냥 숙소로 들어가자고 했다. 남편은 그 와중에 술을 더 먹고 싶어 자꾸 을지로 맛집을 찾고 있었고 치킨까지 먹고 또 먹냐며 구박을 했더니 안 먹는다며 바로 숙소로 갔다. 오늘 자그만치 3천 칼로리를 섭취를 했다. 6월 8일 식단일기를 쓴 후 최고치이다. 남편은 아쉽고 내가 원망스러웠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STOP이 맞았던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남편이 얼음을 챙겨 와서 얼음찜질을 해주었다. 발이 시큰시큰하다.

  얼음찜질을 하며 식샤3 4화를 보고 남편은 일찍 잠이 들었지만 나는 가만히 있어도 발이 아파서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딩턴이가 꼼지락거려주니 안심이다. 딩턴이도 엄마 걱정될까봐 나 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움직여주는거겠지? 잠도 안 오는 김에 오늘 일정들을 블로그에 정리를 했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하루였던 것 같다. 내일은 발목이 좀 나아서 일정에 무리가 없어야할텐데 조금 걱정이 된다. 내일은 파주일정인데 힘들면 그냥 지혜의 숲만 가서 하루 종일 책이나 읽다 와야겠다. 일정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자유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내일도 힘내서 잘 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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