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웬일인지 남편도 나도 일어나지 못했다. 남편도 피곤해서 밥을 안먹고 더 자고 싶다길래 6시 10분까지 밍기적거리다가 바나나와 사과, 요거트로 가볍게 챙겨 먹었다.

  남편은 출근하고 언제나처럼 전날 일상을 블로그에 정리하였는데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단어도 잘 생각이 안난다. 건망증이 생긴 것 같아 불안하다. 예전부터 엄마한테 우스갯소리로 너도 애 낳아봐라 생각이 안난다라는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출산을 하면 더 심해질까 겁이 난다.

  블로그를 정리하고 11시 40분까지 잠을 자다가 일어났다. 밥을 챙겨 먹어야하는데 오늘은 대충보다는 날 위한 요리를 하고 싶은 날이다. 레시피책을 찾아보다가 버섯밥전을 하기로 한다. 밥전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어떤 맛일지 너무 궁금했다. 표고와 느타리버섯을 다져넣고 파브리카, 양파도 잘게 썰어 계란 2개에 섞었다. 아침에 얼려둔 밥 반공기를 계란물에 넣고 아보카도유에 부쳤다. 청양고추를 하나 썰어 넣었더니 별도 반찬이 필요가 없었다. 밀가루는 하나도 첨가하지 않고 밥을 넣었더니 쫀득쫀득한 식감이 좋았다. 나중에 찬밥이 남으면 든든한 별식으로 좋을 메뉴이다.

  밥을 먹고 정리를 하고 도서관에 다녀왔다. 갈 때는 그래도 앉아갔는데 올 때는 서서 오느라 조금 힘들었다. 빌려두었던 책을 반납하고 남편이 리마인더에 읽고 싶다고 적어두었던 베리 포틀랜드와 내가 읽고 싶은 그릿을 빌려왔다. 또 주말에 여행을 가기 위해 적당한 여행책을 골라봤다. 당장 내일인데도 주말에 가려는 여행지를 고르지 못했기 때문에 하동 느리게 걷기 책을 빌려왔다. 책을 대충 훑어 보고나니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하동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주말에 가자고 해야겠다. 하동에 가면 재밌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읽을 책을 빌리고 1층 아동 도서관에 가서 딩턴이에게 읽어줄 책을 골랐다. 원래는 존 버닝햄의 책을 빌려주고 싶었는데 1층은 처음 가서 그런지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1층에서 도서검색도 되지 않아서 청구기호를 확인할 수 없어 원하는 책은 빌려오지 못했다. 이제 자주자주 들러서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장을 보려했지만 너무 책이 무거워서 일단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짐을 놓고 도서관에 출발하기 전에 돌렸던 빨래를 널고 장바구니를 챙겨 마트에 갔다. 저녁에는 닭가슴살을 소불고기처럼 간장 양념에 재우고 볶을까하다가 닭갈비 양념처럼 만들면 더 맛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닭가슴살만 넣은 닭갈비로 정했다.

  백종원의 닭갈비 레시피를 참조해 만들었다. 닭을 깨끗이 씻으라는데 생닭은 그냥 물에 씻으면 주변에 식중독균인 캄필로박터균이 옮을 수 있다고 들어서 끓는 물에 2분정도 데쳐서 찢었다. 양배추와 당근, 감자를 썰고 청양고추도 준비해서 양념에 버무릴 준비를 하는데 맛술이 없어서 인터넷에 보니 양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해 남편의 발렌타인을 두 숟가락 넣었다. 오늘은 남편이 생각보다 일찍 퇴근을 했다. 평소보다 30분은 먼저 도착해서 당황스러웠다. 남편은 아직 밥이 안되었으니 운동을 갔다오겠다고 했다. 30분만 운동하고 돌아오기로 했는데 오지 않아서 우선 그냥 불을 켜고 닭갈비를 시작했다. 불을 올리고 5분 정도 지나니 남편이 돌아왔다. 닭고기가 다 익어갈 때쯤 깻잎을 넣었더니 풍미가 올라갔다. 닭갈비와 함께 먹으려고 만들어 놓은 오이부추무침도 함께 곁들였다. 닭갈비는 진짜 성공적이었고 다 먹고 밥 한공기를 볶아 먹었더니 진짜 밖에서 파는 닭갈비가 안부러웠다. 오히려 조미료를 넣지 않고 고추장, 고추가루 등의 양념으로만 만들었더니 더 깔끔한 느낌이다. 가끔 특별한 닭가슴살 요리를 만들고 싶을 때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애초에는 밥을 안 먹을 생각으로 400g을 만들었더니 배가 너무 부르고 저녁까지 소화가 안되는 것 같았다. 다음에는 양을 좀 줄여야겠다.

  저녁을 먹고 남편과 여행에 대해 남편에게 하동 느리게 걷기 책을 보여줬는데 너무 멀기도 하고 펜션 예약도 어렵고 아직은 차를 오래 타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해서 일단 이번주는 가지 않기로 했다. 하동 말고도 조금 더 가까운 완주나 가평 등도 찾았는데 펜션이 마땅치 않다. 지금이 그나마 애기 신경 안써도 되고 비교적 편안한 임신 중기인데 후기로 갈수록 점점 더 여행이 힘들어질텐데 뭔가 아쉽기도 했다. 애기가 태어나면 당분간 둘만의 여행은 불가능하겠지? 좀 더 어렸을 때 더 많이 놀지 못한 것들이 아쉽게 느껴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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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시 30분이다. 오늘은 남편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어제 술을 진탕 먹어서 밥 안 챙겨먹으면 속쓰릴텐데 남편을 깨웠다. 밥 안먹고 잔다고 한다. "회사 안가?" "안간다고 했어" 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경조휴무라고 한다. 어제 그래서 맘 놓고 마셨구나 뭔가 괘씸하다. 억지로 깨워서 육개장을 먹였다. 이것으로 어머님표 육개장은 다 먹었다. 남편한테 어제 있던 일이 녹음된 파일을 들려주는데 10초도 못 듣고 꺼달라고 한다. 잘못한건 아나보다. 남편이 핸드폰을 가져다달라고 해서 가져다주니 통화목록을 확인한다. 아버님 어머님께 술 취해서 전화를 걸었다. 바로 그 새벽에 두 분께 전화를 드린다. 술 먹지말라고 1차적으로 혼난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고해서 일단 더 자라고 하고 나도 더 잤다.

  12시 30분에 어머님 전화 소리에 깨서 전화를 받았다. 남편 오늘 회사 안갔냐고 점심시간 이용해서 혼내려고하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셨다. 남편 술 많이 먹었냐고 전화가 바로 끊겨서 잘 모르겠지만 술 많이 먹은 목소리는 아니라고 하셨다. 어제 공단오거리까지 출동해서 찾아온 사연을 말씀드렸다. 그 사이 남편은 깼는지 눈 감고 웃으며 씰룩거린다. "어머님 오빠 일어났어요. 옆에서 씩 웃고 있어요", "당장바꿔 요놈의 자식 혼나야되겠어." 전화로 남편에게 "와이프가 홀몸도 아니고 스트레스 받으면 안되는데 신경 쓰이는 일 하지말라니까 니가 정신이 있냐 앞으로 그런 자리 가지도 말아라" 2차적으로 또 혼나는 남편이다.

  실컷 욕 먹고 배고프다고 짬뽕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도 아침에 밥을 먹여서 속이 많이 풀렸다고 고맙다고 하는 남편, 아 요즘 면이 먹기 싫었는데 집 근처 이비가 짬뽕에 간다. 오랜만에 외식이다. 남편은 이비가 짬뽕 2단계, 나는 순한짬뽕을 먹었다. 면은 남편한테 조금 덜어줬다.

  남편과 밥 먹을 때 장례식장에서 친척들이 아기는 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제 임신 3개월이라고 하니 축하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중 고모님과 남편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고모님 아들 즉 남편 사촌 동생은 5급 공무원이고 와이프도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고모: 와이프 임신했니? 축하한다. 회사는? 그만둬야지 회사 다니면 엄마도 아기도 몸 힘들고 좋을 것 하나 없다.

남편 : 안 그래도 지난 달부터 그만두고 쉬고 있어요. 사촌 동생은 소식 없어요?

고모 :  걔네는 바빠서 아직 없는 것 같아

남편 : 그만두라고 해요.

고모 : 얘는 화폐발행하는 중앙은행 다니는데 어떻게 그만두니? 얼마나 좋은 직장인데

남편 : 저희 와이프도 철웅이네 회사 다녔어요. 대기업 그룹사 다니는데도 그만뒀어요. 와이프가 엄청 착한데 애기도 엄마 닮았는지 입덧도 안하고 순해요.

  남편의 승리인 것 같다. 편들어주고 고맙긴한데 좀 씁쓸하다. 퇴사한 덕에 행복하고 스트레스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뭔가 아무런 직함 없는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지금은 일 할 때가 아니다. 언젠가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 잡아본다.

  밥 먹고 도서관에 들러 책 반납하고 연장하고 그림책을 빌리러 갔는데 갑자기 지진대피 훈련을 한다고한다. 에잇 그냥 나가버려야겠다. 길에서 파는 참외가 맛있어보여 참외를 사고 마트에 들러 수박과 건포도와 막걸리와 돼지고기 뒷다리도 샀다. 오늘은 김치찜 만들고 내일 술빵 만들어먹어야지 집에가는 길에 급 생각이 나서 약국에 들러 비타민D도 구입한다.

  집에 와서 또 다시 한숨잔다. 사실 어제 많이 놀랬는지 하루종일 기운도 없고 밥맛도 없다. 아침에도 아무것도 먹지 못해 남편이 사온 편의점 김밥 3개와 딸기우유를 마셨다. 2시간 가량을 더 자고 수박은 잘라서 냉장고에 두고 묵은지도 한 포기만 정리해서 잘라두었다. 묵은지가 많이 남은지 알았는데 딱 네 포기 남았다. 집에 있으면서 있는 재료들로만 계속 요리하니 이제 거의 냉장고가 많이 비었다. 회사에 다녔으면 계속 쌓였을텐데 식비도 많이 줄고 음식쓰레기도 줄이고 건강도 챙기는 것 같아 뿌듯하다.

  김치찜은 원래 등갈비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비싸구나. 구매해온 뒷다리살과 3배의 가격차이가 난다. 김치랑 고기 넣고 1시간 10분을 끓여 맛있는 김치찜 완성. 요즘 닭도리탕, 수육, 돼지고기김치찜, 콩국수, 짬뽕 등 살이 많이 찔 것 같은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아침마다 콩을 갈아먹어 그런지 1.4킬로가 빠졌다. 남편이 흰강낭콩도 인터넷에서 추가 구매를 해줬는데 꾸준히 먹어야겠다.

 

  김치찜도 역시 꽃게탕의 아성을 이기지 못하고 공동 2위가 되었다. 남편은 내게 강서동 장금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밥 먹고 정리하고 어머님께 김치찜 사진을 보내드렸다. 바로 전화하셔서 너무 잘해먹는다고 칭찬을 받고 남편은 아버님께 집에 못찾아올정도로 술먹지 말라고 3차로 혼났다.  나의 아저씨 본방사수 후 오늘은 인터넷 강의도 못 보고 그냥 잤다.  남편도 일해야한다고하고 그냥 계속 자고 있다. 뭐 아무것도 안하고 맛있는거 먹고 쉬는 날도 있어야지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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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학교 동문회 관련 행사 준비로 아침 일찍 일어났다. 계속 밥 먹으라며 깨우는데 피곤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남편은 빵 하나 먹고 다녀올께하고 집을 나섰다. 남편이 밥 먹으라며 하도 깨운 탓에 남편이 나가자마자 일어났다. 일어나서 어제 미처 정리 못한 컵들과 과일 껍질 등을 정리하고 나도 커피번 1개와 두유, 바나나를 챙겨 먹으려고 준비를 하였다. 남편이 1개 먹었다면 커피번은 3개여야하는데 4개가 남아있었다. 아 남편이 굶고 갔구나 갑자기 빵 먹기가 미안해졌다. 조금만 일찍 일어날 걸

  책을 읽다보니 10시 좀 넘어서 남편이 왔다. 점심을 할까 하다가 남편이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던 순대국밥을 먹자고 하였다. 밖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날씨도 조금 추워졌다. 집 근처 진순대로 갔는데 순대 특유 냄새 때문에 순대국밥을 잘 먹지 못하는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이다. 늘 먹던대로 나는 순대만 다데기 없이 시키고 남편은 처음 먹는 얼큰버섯순대국밥을 시켰다. 얼큰버섯순대국밥은 내 입에는 좀 맵고 역시 늘 먹던대로 하얗게 먹는 국밥이 담백하니 맛있었다.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GS 편의점에 들러 영국산 아이스크림 매그넘을 샀다. 할인이라 5개에 1만원이다. 민트3+ 클래식 2개를 샀는데
민트 아이스크림 맛있었다. 아이스크림보다 겉에 있는 초코 크런치가 더 매력적인 디저트였다. 근데 너무 달아서 자주 먹지는 못할 것 같다.

  집에와서 애기 태교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나뭇잎 도장이 있었다. 생각없이 재밌게 마구마구 찍었다. 알고보니 대출일 지키기 등 도서관 이용을 정직하게 하겠다는 약속의 도장이었다. 좀 더 의미를 알고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아무튼 도장을 찍었으니 대출기간을 어기지않고 연장기한도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태교 책을 빌려오긴 했는데 종교적 색채가 강해 남편이 읽어주기 싫다고 한다. 또 잘못 빌려왔다. E북으로 살까하다가 일단 구글에서 앱을 다운 받아 읽어주었는데 너무 짧아서 아쉽다. 좀 좋은 컨텐츠를 더 찾아봐야겠다.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님께서 주신 반찬으로 상을 차렸다. 육개장에 오이소박이, 멸치 등 입에 잘 맞았다. 힘드실텐데 늘 잘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남편이 오늘은 별로 한 것이 없어 일기 쓸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그런 것 같다. 남편이 좀 더 전문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보라고 하는데 아직 20일도 안 된 블로거라 별로 떠오르는 것이 없다. 감사하게도 방문자 수는 늘고 있는데 계속 고민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

  남편과 전지적참견시점과 자기야를 다시보기로 보다가 약간 출출해졌다. 남편이 얼마 전 마트시식코너에서 먹고 반해 사온 오뚜기 떠먹는 피자를 개봉했다. 보통 냉동피자하면 전자렌지에 돌릴 때 도우가 딱딱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것 없이 부드럽고 맛있다. 남편은 혼맥족에게 최고 안주라고 했다. 피자는 먹고 싶은데 양이 부담스러울 때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남편은 원래 피자를 잘 먹지 않는데 재구매의사 100%라고 한다. 감자피자도 1개 남았는데 나중에 혼자 있고 입맛 없을 때 먹어봐야겠다.

  오늘은 피곤해서 인터넷 강의도 안봤다. 4월22일부터 2주간 한 번도 빼먹지 않았는데 잠도 늘고 점점 나태해지는 기분이 든다.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안정기가 지나면 좀 더 활발히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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