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낮잠도 자지 않고 간만에 12시 이전에 자는 모범적인 날이었는데도 아침에 6시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밥을 했어야했는데 할 수 없이 한 그릇 남은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육개장을 데우고 사과와 토마토, 요거트를 준비했다. 똑같이 늦게 일어난 남편은 출근을 위해 먼저 씻었다. 덕분에 남편이 다 씻고 나왔을 때는 아침상이 뚝딱 차려졌다. 

  아침을 챙겨 먹고 남편을 배웅했다. 집에 남아서 설거지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쉬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무려 3시간이 넘게 잠이 들었다. 어제 블로그에 오늘은 보람찬 하루를 보내자고 써두었는데 벌써 망했다. 일어나자마자 어제 담궈 두었던 열무김치통을 세척하고 엄마가 1년 반 전에 줬던 모과차를 버리고 어머님이 작년에 주신 미나리 열무김치와 2016년에 미국 록시땅에서 샘플로 받았던 쿠스미차도 버렸다. 이렇게 물건을 버리다보면 과유불급이라고 사지도 말고 쌓지도 말아야겠다는 반성이 많이 든다.

  하는김에 집에 있는 마켓비 수납장도 오늘은 정리를 하였다. 무리하지말고 하루에 한 군데만 정해서 불필요한 물건들은 처분하고 재고 파악도 진행해야겠다. 수납을 해두면 깔끔하긴한데 어떤 물건이 어디에 얼마나 남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사용도 못하고 유통기한이 초과되곤 한다. 예전에 mbc에서 집정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집에 세제가 있는데도 재고파악이 안 되서 수시로 추가 구입을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나도 마켓비 수납장을 정리하다보니 보유중인지 몰랐던 드럼세탁기용 세제가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수납장을 정리하니 여유가 좀 생겨 바닥에 보관중인 키친타올을 수납장 안에 넣어둘 수 있어서 조금이나마 바닥이 깔끔해졌다. 내일은 화장대용 수납의자를 정리하고 침대협탁과 1단 마켓비 수납장을 정리해야겠다. 여유가 조금 더 있다면 안방의 꽂혀 있는 책들을 정리하고 안방에서 책꽂이를 치워서 딩턴이가 있을 공간을 조금 더 확보해야겠다. 앞으로 딩턴이 짐들은 점점 늘어날텐데 진짜 너무 걱정이 된다.

  정리를 다 마치고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씻었다. 감자에 점점 싹이 자라는 것 같아서 점심으로 감자도 삶아 먹었다. 이제 4개 남았는데 에어프라이어로 튀김을 하던지 빨리 처리를 해야겠다.

  점심을 먹고 재봉틀 수업을 들으러 공방에 갔다. 오늘은 남편의 라글란티를 완성하는 날이다. 옆구리 부분까지 박는데 다이마루원단이라 뜯기 싫어서 바느질에는 심혈을 기울이다가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는지 겉면에서 박아서 시접이 겉에 생겨버렸다. 어쩔 수 없이 다 뜯어야겠다.

  실을 뜯고 있는데 문득 차분하게 앉아서 이렇게 재봉틀을 하는게 나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살면서 내가 한번도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조용하고 얌전하고 내성적이고 부정적인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회사사람들은 내가 밝고 씩씩하고 외향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회사에 다녔으니 내가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걸까? 일을 해도 사람들과 하는 것보다 혼자하는 것을 좋아했고 이렇게 혼자 실 뜯기에 집중하고 있으니 이 모습이 나랑 어울리는 진짜 내 모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까지 이르게되니 실뜯기는 더이상 짜증스러운 작업이 아니라 진짜 나를 찾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오늘 나 왜 이렇게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뜯은 부분을 안감끼리 박고 박은 부분을 오버록하고 밑단도 시접고정을 위한 감침질 후 오버록처리했다. 손목부분도 안으로 박아주고 이제 남은 것은 대망의 목 시보리처리인데 강사님이 반을 해주셨음에도 망해버렸다. 결국 시보리는 강사님이 다 달아주셨다. 딩턴이랑 남편이랑 커플로 입히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싶다. 핸드메이드 아기옷 책에 있는 긴팔티셔츠 디자인 패턴으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티셔츠를 만들고도 시간에 여유가 30분 정도 남아서 다음 시간에 만들 바지의 패턴을 그렸다. 패턴을 그리니 딱 시간이 종료되었는데 시간이 더 남았어도 원단 재고부족으로 어차피 종료했어야 할 것 같다. 이번주 수요일은 광복절이라 남편과 놀아주어야하는 관계로 이번주 수업은 이것으로 종료다. 쉬는 일주일 동안 딩턴이 좁쌀베개랑 조끼나 만들어줘야겠다.

  집에 돌아와서 배터리 부족으로 꺼둔 핸드폰 전원을 켰는데 남편이 회식을 하고 온다고 한다. 6시까지 쉬다가 밥을 했는데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배가 너무 고파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고르곤졸라 피자에 칼슘치즈를 얹고 해동시켜서 다 먹어치웠다. 오늘 버린 미나리물김치, 오리백숙에 이어 이제 고르곤졸라도 냉파되었다. 오늘도 냉장고 비우기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고르곤졸라를 먹은 덕분에 배고픔이 가셔서 저녁 먹기 전 인터넷 강의를 먼저 들었다. 강의를 다 듣고나서 계란후라이를 하고 양파와 고추, 닭가슴살을 볶아 닭가슴살 덮밥을 만들어 저녁으로 먹었다. 이제 임신 후 1.7킬로 쪘고 지난달 병원갔을 때 보다 2.5킬로나 쪘기 때문에 한달 사이 정상보다 과하게 찌긴했다. 그동안 계속 외식에 간식을 먹지 않은 날이 없고 칼로리를 늘 오버 섭취한 결과이다. 이번주는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1킬로 정도는 추가 감량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이번주는 무조건 폭식을 금지할 예정이다.

  저녁을 다 먹어갈때 쯤 남편이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다. 다행히 오늘은 술을 마시지 않아 운전을 하고 온다고 했다. 남은 밥을 마저 먹고 설거지를 하고 집을 정리했다. 남편에게 도착할 때 전화하라고 해서 같이 롯데슈퍼에 갔다. 수납장 청소할 때 발견한 핸드워시 리필형이 있어서 같은 모델의 핸드워시를 사러갔는데 없어서 그냥 나왔다.

  참마트에도 들렀는데 없다.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구입을 해야할 것 같다. 참마트에서 맥주 1캔, 마른 오징어를 사서 집에서 남편과 먹었다. 오늘 남편의 협상 종료기념으로 임신 초기때부터 사두고 먹지 않았던 클라우드 제로를 꺼내 남편과 건배를 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을 남편이 너무 짠했다. 그래도 큰 건 하나는 끝나서 다행이다. 오늘 공방에서 만든 라글란티셔츠도 남편에게 선물했다. 남편이 착용을 해보았는데 작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딱 맞았다. 어깨가 좁아보이긴하지만 나름 만족스럽다. 남편에게 기억에 남는 좋은 선물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

  정리를 하고 씻고 식샤를 본방으로 보려고 했는데 남편이 피곤하다며 일찍 자야겠다고 했다. 바로 잘 줄 알았는데 남편이 EBS 달라졌어요를 틀어줘서 조금 봤다. 진짜 매번 부부끼리 저렇게 싸우면 어찌살까 싶다. 매번 싸우는 부부 밑에서 크는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너무 학대를 받는 것은 아닌지 가여웠다. 남편이 너무 졸려해서 전문가 상담부분은 보지 못했는데 갈등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진짜 이 프로그램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볼 때마다 진짜 저런 부부가 있을까? 우리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하는 것을 느낀다. 딩턴이가 태어나면 확실히 지금보다 힘들겠지만 서로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었으면 좋겠다. 늘 지금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4일차] 2018.08.15  (0) 2018.08.15
[113일차] 2018.08.14  (2) 2018.08.14
[111일차] 2018.08.12  (2) 2018.08.12
[110일차] 2018.08.11  (2) 2018.08.11
[109일차] 2018.08.10  (2) 2018.08.10
  어제 남편이 안마를 하다 그대로 잠들어서 알람을 맞추지 않았나보다. 당연히 매일 남편이 알람을 맞추기에 나도 맞추지 않았더니 6시 5분전에 일어났다. 서둘러 일어나 빵을 토스트기에 굽고 어제 구우려고 잘라서 준비해둔 감자는 전자렌지로 익혔다. 계란후라이까지해서 후다닥 아침을 차렸다. 남편은 어제 10시도 안 되서 잠이 들었는데 6시까지도 일어나지 못했다.

  엊그제 만들어 놓은 오렌지쨈에 빵을 발랐는데 설탕을 많이 안 넣어서 그런지 달지가 않았다. 어머님이 보내주신 오디쨈이 훨씬 내 입에 맞는 것 같았다. 원래는 브런치처럼 스크램블 에그도 하고 소세지도 굽고 싶었는데 소세지는 건강을 생각해서 패스하고 스크램블 에그도 시간 때문에 하지 못했다. 감자는 따로 먹을 생각이었지만 빵이 좀 퍽퍽해서 토스트 안에 계란이랑 감자를 긁어 넣었다. 한결 맛이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간만에 빵을 먹었더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아침부터 724kcal를 섭취한 푸짐한 식사였다.

  밥을 먹고 남편을 배웅하고 인터넷 강의를 봤다. 강의를 다 보고난 후 이력서를 썼다. 간만에 이력서를 쓰려고하니 잘 풀리지가 않았다. 인적사항과 자격증, 업무경험 등을 기재하고 자기소개서 항목을 워드에 복사해두었다. 400자씩 5개 항목이었는데 키워드만 기재하고 자기소개서는 쓰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많이 써서 지긋지긋하다. 다시는 안쓸 줄 알았는데 또 쓰게 되다니 뭔가 어릴 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 같았다.

  공복 상태로 철분과 앱솔맘을 챙겨먹고 1시간 뒤 점심으로 어제 사둔 에그타르트 1개를 먹었다. 아침에도 빵을 먹고 점심에도 빵을 먹어 평소보다 탄수화물 수치가 월등하게 높았다. 저녁은 필히 닭가슴살을 먹어야겠다. 오랜만에 엄마가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어제는 아빠가 전화가 왔었는데 오늘은 엄마가 전화를 한다. 하동에 놀러간다고 하니 날도 덥고 그 멀리까지 힘들게 뭐하러 가냐며 잔소리 좀 들었다.

  하동갈 때 필요한 물품들을 장볼거리, 집에서 가져갈 것들, 갈아 입을 여벌 옷 등을 수첩에 적어 리스트를 작성했다. 원래 그렇게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 아닌데 2박 3일 일정이라 조금 더 신경써서 챙겼다. 가져가야 할 옷들 중 세탁이 필요한 옷이 있어서 빨래를 하고 널었다.

  정리를 다 하고보니 벌써 5시다. 마트에서 닭가슴살을 챙겨왔다. 원래 괜찮았는데 마트를 갔다오니 배가 너무 아팠다. 밥만 겨우하고 계속 멍하니 쇼파에 앉아있었다. 배가 아파서 쉬고만 싶은 기분이다. 남편 올 시간에 맞춰 음식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6시가 지나도 남편이 전화가 없다. 20분쯤 지나서 전화를 했더니 아직 못 나왔다고 나갈 때 전화한다고 하고 끊었다. 안 좋은 일이 있는지 누구랑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걱정이 된다. 10분쯤 지나니 남편이 출발한다고 전화가 와서 나도 일어나 닭가슴살 마요덮밥을 만들었다. 단백질 보충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밥은 검정콩을 섞어서 지었고 밥양도 130g만 맞춰서 담았다. 간장, 설탕, 물을 섞어 데리야끼 소스를 만들고 양파, 닭가슴살, 계란을 넣고 소스를 졸였다. 훈제 닭가슴살을 쓰니 소스와 섞여 닭 자체의 맛이 좀 그랬다. 아 이번에는 망했구나 싶었다. 다음에는 생 닭가슴살이나 탄두리치킨으로 도전해봐야겠다.

  남편이 집에 도착해서 밥에 요리한 닭가슴살을 얹고 하프마요네즈를 뿌리고 김을 잘라 얹었다. 비비기 전 사진을 못 찍어서 비빈 후 사진을 올리려고하니 마치 개밥 같은 비쥬얼이다. 그래도 확실히 마요네즈와 김이 추가되니 이제 제법 내가 알던 치킨 마요의 맛과 똑같아졌다. 남편도 만족스러워했고 종종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결혼 전에는 닭가슴살하면 매일 똑같이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게 고작이라 오래 먹지도 못하고 쉽게 질렸는데 매번 번갈아가며 요리를 하니 확실히 질리는 것도 덜하고 오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또 어떤 닭가슴살 요리를 할지 기대가 된다.

  남편에게 왜 싸웠는지 물어보려다 밥 맛이 떨어질까봐 말을 안했더니 화제가 전환되어 까먹고 못 물어봤다. 밥을 먹고 난 후 하동갈 코스들을 대충 다시 리마인드하고 준비물 리스트를 남편에게 공유하고 그 중 불필요한 것들을 지웠다. 짐을 싸야하는데 오늘 낮잠을 안 자서 너무 피곤했다. 짐은 내일 싸기로 하고 남편이 영화보자는 제안도 거절하고 일단 일찍 자려고 누웠다. 내일은 한 달만에 딩턴이 보러 병원에 갈 예정인데 남편이 "딩턴아 내일 엄마, 아빠보니까 신나지? 내일도 많이 움직이고 춤 추면서 엄마, 아빠 반겨줘. 사랑해" ^^ 라고 말한다. 진짜 딩턴이가 아빠 말대로 많이 움직일지 모르겠다. 딩턴아 내일보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줘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61일차] 2018.06.23  (1) 2018.06.23
[60일차] 2018.06.22  (1) 2018.06.23
[58일차] 2018.06.20  (0) 2018.06.21
[57일차] 2018.06.19  (0) 2018.06.20
[56일차] 2018.06.18  (0) 2018.06.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