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남편이 자전거 타러 갈꺼라고 나간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몇 시였는지도 모르겠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밥을 하고 깨운 시간 8시 30분, 남편은 너무 아침형 인간인 것 같다. 밥 먹기 전 일어나 몸무게를 재니 서울가기 전보다 딱 2킬로 증가했다. 아마도 더운 날씨로 인해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음료수, 아이스크림, 빙수 등의 과다섭취와 여행 때 아니면 먹지 않는 치킨, 햄버거 등이 원인일 듯 싶다. 그래도 아침마다 운동을 한 남편은 비교적 체중 변화가 없었다. 또 식단조절을 시작해야겠다.

  오늘 아침은 남편이 직접 밥을 하고 비비고 미역국을 끓여서 차려 주었다. 솔직히 피곤해서 안 먹고 더 자고 싶었지만 운동하고 온 남편 밥도 못 챙겨줬는데 차린밥까지 안 먹기는 너무 미안해서 일어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남편이 차려준 밥을 먹은 것 같았다. 남편은 여행 다녀온 옷도 다 빨아서 오늘 햇빛이 좋아 옥상에 널어주었다.

  남편이 밥을 차려 줬기에 설거지는 내가 하고 블로그도 정리했다. 블로그를 다 정리하고 남편과 휴가 때 적었던 블로그를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다시봐도 재밌었던 휴가였다. 또 거실에서 핸드메이드 아기옷이라는 책을 보면서 패턴이랑 재봉순서들을 살펴보았다. 어제 이 책에서 본 턱받이 패턴을 그려두었는데 오늘 재단을 하고 재봉틀로 턱받이를 만들 생각이다.

  남편은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가고 나는 턱받이를 만들 수 있게 손수건 커트지를 재단했다. 손수건 커트지는 4,500원을 주고 구매했는데 손수건을 8장 만들 수 있었다. 나는 손수건 대신 턱받이를 추가해 턱받이 1개에 손수건 6장을 만들 계획이다. 아직 구입해둔 재단 매트가 오지 않아 재단가위로 처음 재단을 했는데 유튜브에 올라온 전문가들은 손쉽게 자르는데 나는 진짜 민망할 정도로 삐뚤어진다. 차라리 재단칼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재단만 겨우 마쳤는데 남편이 올 시간이 다 되어서 닭가슴살카레를 만들었다. 그간 휴가 때 단백질이 부족했던지라 일부러 만든 특식 메뉴이다. 집에 남아 있던 파브리카까지 넣어 만드니 맛이 더 좋았다. 카레가 완성 되지 않았는데 남편이 도착했고 배가 고파 힘이 하나도 없다고 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5분 정도 더 끓이고 완성을 했고 얼른 밥을 차려서 먹었다. 남편은 평소보다 배가 고팠는지 한 그릇 가득 먹었다. 평소 같았으면 좀 덜 달라고 했을텐데 오늘은 처음부터 많이 많이 달라고 성화였던 남편이었다. 밥을 다 먹었는데도 설거지는 그냥 담궈만 두고 낮잠을 자자고 한다. 남편은 밥 먹고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것도 평소와는 다른 점이었다. 나도 결국 설거지는 내팽겨두고 낮잠을 2시간 정도 더잤다.

  자고 일어났는데 먼저 일어나있던 남편은 피곤하고 이상하게 기운이 없다며 더 자겠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몸이 아프다는 생각을 둘 다 못했다. 일어난 나는 아까 남은 설거지를 하고 해가 떨어지면 걷기 힘들까봐 옥상에서 빨래를 가져왔다. 빨래에서 나는 햇빛 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잠깐 서 있었는데도 땀이 흐를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빨래건조대를 접으려 했는데 접히지가 않아서 안쪽으로 가져올수가 없었다. 당분간 비는 안오겠지만 비가 오더라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옥상 위치에 빨래건조대를 세워두고 내려와서 빨래를 갰다. 빨래를 갠 후 남편이 밥을 못먹을 것 같다고 말해서 혹시 몰라 쿠첸밥솥에 버섯야채죽을 설정해두었다. 영양죽모드는 2시간 정도 걸리고 남편은 죽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기운이 없으면 죽이라도 먹이려고 만들어두었다.


  죽을 하고 오전에 재단한 턱받이를 재봉하려고 했는데 초급과정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곡선은 처음박기에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망쳐서 뜯으려고하면 천까지 같이 뜯어지려고 해서 고난의 연속이었다. 한방에 성공을 해야하는데 끝 쪽이 아닌 자꾸 안 쪽으로 재봉이 되었다.

  한참을 재봉틀과 씨름하는데 남편이 불러가보니 춥다고 에어컨을 꺼달라고 하고 열이 났다. 복통에 근육통에 미열과 추움, 속 울렁거림 등 인터넷에 증상을 검색하니 식중독 아니면 냉방병이다. 식중독이면 나도 같이 아플텐데 냉방병으로 인한 여름감기인 것 같았다. 남편은 안되겠는지 빨래를 걷고 약을 사오겠다고 했는데 빨래는 내가 다 걷어서 개놨고 6시가 넘은 시간이라 약국은 다 문을 닫았을테니 내가 편의점에서 약을 사오겠다고 하고 쉬라고 했다.

  편의점에서 약을 살까하다가 그래도 증상을 말하고 약을 짓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집근처 약국을 돌았는데 5번째 만에 문 연 약국을 찾을 수 있었다. 증상을 말씀드리니 역시나 여름감기였다. 약은 2번 먹을치만 주셨는데 속이 안좋다고 하니 위장약도 함께 주셨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약을 건네주고 먹였다. 빈속이라 남편도 걱정했는데 위장약이랑 먹어서 괜찮을거라고 안심시켰다.

  약기운이 도는지 남편은 바로 다시 잠이 들었고 그 사이 나도 턱받이를 완성했다. 원래 원형의 디자인인데 곡선박기 실패로 완전 모양이 이상하다. 그래도 브라운 저금통에 착용샷을 찍어보니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주문한 벨크로는 아직 도착하지 않아 달지 못했는데 다음에 만들게 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삐뚤고 못생겼지만 엄마가 직접 만든거니 딩턴이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드디어 2시간이 지나 죽이 완성 되어서 남편을 깨웠다. 생각보다 죽이 잘 되었는데 평소 밥할 때보다 쌀을 적게 씻었는데도 불어서 그런지 양이 엄청 많았다. 평소 죽을 싫어하는데도 오늘은 아파서 그런지 남편이 잘 먹어주어서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을 먹고 남편은 다시 바로 잠이 들었다. 내일은 건강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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