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남편이 덥다고 깨는 바람에 1시에 일어나 5시까지 자지 못했다. 밥을 하려고 하니 남편도 피곤하다고 그냥 밥을 먹지 않고 좀 더 자고 싶다고 한다. 나도 6시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남편과 콩물이랑 사과를 챙겨 먹었다. 잠을 못자서 그런지 유달리 콩물이 먹기가 싫다. 몇 번이나 속이 울렁거리고 기침이 나던지 사과를 먼저 먹고 다시 콩물을 마시니 사과의 달달함 덕분인지 괜찮아졌다. 엽산과 비타민 D를 챙겨먹고 남편을 배웅하고 다시 자려고 누웠다. 어제도 컨디션 때문에 거의 못 먹어서 남편이 계란 노란자에 철분이 많다고 삶은 계란을 2개 삶아주고 갔다.

  누워서 12시 30분까지 잤다. 좀 자고 나니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일어나 계란을 챙겨 먹고 아침에 나온 설거지와 빨래를 했다. 그리고 엄마의 그림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흥미로웠고 유익한 정보들이 많이 있었다. 독서일기 포스팅에 상세하게 리뷰할 예정이다.

  책을 다 읽고 티비도 보고 모바일 게임도하고 좀 많이 놀다보니 남편 퇴근시간이다. 왠지 늦게 일어난 날에는 오전 시간을 다 날려 버려서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남편은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 집에는 잠깐만 들릴 예정이다. 남편과 같이 밥을 먹지 않기 때문에 남편이 도착할때쯤 밥을 했다. 밥 맛은 없지만 이미 5끼째 밥을 먹지 않고 대충 때우고 있기에 딩턴이를 생각해서라도 꼭 먹어줘야할 것 같았다. 남편이 집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약속 장소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해서 버스 노선을 알려줬는데 한 정거장이나 더 가서 내렸다고 한다. 덕분에 한 20분은 더 걸었다고 했다. 공기도 안 좋은데 마음이 쓰인다.

  남편이 약속장소에 도착했으니 나도 나름의 내 일과들을 진행했다. 인터넷 강의를 보고 예술태교를 하였다. 오늘의 그림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이 그림의 등장하는 마르가리타 공주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예뻐서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그림이 나와서 좋았다. 시녀들 이외에도 벨라스케스는 마르가리타 공주가 성장함에 따라 시기에 맞춰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2살 때부터 정략결혼을 한 미래의 남편감 (레오폴트1세) 에게 공주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주의 아버지인 펠리페 4세는 공주를 나의 기쁨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많이 아끼고 사랑했는데 공주의 생애가 결혼을 하고 병으로 20대에 일찍 요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공주의 어린 시절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시녀들에 대한 EBS 해설을 아래 첨부하였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EBS 동영상 설명
http://naver.me/5WCzGjdM

오늘의 음악인 바흐의 미뉴엣과 더불어 대표작 G선상의 아리아를 들으며 마르가리타 공주를 색칠해보았다. 원작에서 치마가 하얀색이라 하얀색, 은색, 분홍색을 옅게 칠했는데 잘 눈에 띄지  않아 그림이 미완성처럼 보인다.

  예술태교를 하며 그림도 공부하고 클래식 음악들도 접하다보니 딩턴이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긴다. 며칠 전만해도 분명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욕심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자고 하면서도 어쩐지 마음은 그게 잘 안된다.

[내가 키우고 싶은 딩턴이의 모습]
  1.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로 키운다.
       (운동, 올바른 식습관)
  2. 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로 키운다.
  3. 용돈 관리 등 경제 관념을 가르친다.
  4.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운다.
       (남편은 기타를 가르칠 예정)
  5.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운다.
  6.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한다.

  진짜 욕심은 끝도 없는 것 같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인데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하하의 세계관처럼 (인기 많고 다 잘하는데 나는 모르는) 딩턴이가 위와 같이 크면서 그렇게 커가는지 몰랐으면 좋겠다. 즉, 다시 말해 스트레스 없이 자연스럽게 생활하는 중에 위와 같은 아웃풋을 가진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 물론 이게 가장 어렵겠지? 문제집의 범위를 정하고 오늘은 여기부터 여기까지 이렇게는 절대 키우지 않을 생각이다. 딩턴이가 스트레스 없이 내가 바라는 모습대로 크려면 나와 남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거라 생각이 된다. 우리도 공부하고, 사랑과 인내로 포용하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 위 내용은 남편이랑 전혀 상의한 바는 없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싶은데 남편이 늦는다. 9시에 들어올거라하고 10시에 전화했더니 30분뒤에 출발한다하고는 11시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구글 아이디로 들어가서 디바이스 찾기로 벨소리를 울리니 드디어 통화가 된다. 월요일에도 약속, 화요일에는 시댁방문, 수요일에는 상갓집, 목요일도 약속,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해주지 나랑 딩턴이는 다른 약속들의 뒷전이 된 기분이다. 또 지난번처럼 집에 못찾아올까봐 덜컥 겁도 났다. 통화상으로도 실제로도 취한건 아니라 이번엔 무사히 귀가하였지만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도 안하고 자는 남편이 얄미워 깨워서 사과를 시켰다. 미안해 한마디하고 또 곧바로 잔다. 남편이 약속 갔을 때 마냥 기다리는 스타일도 아니고 나도 인터넷 강의보고 태교하고 내 할일을 하는데도 뭔가 너무 얄밉다. 내 생각들을 도통 얘기할 시간이 없어 더 그런 것 같다. 이번주가 매우 바쁜건 이해하지만 후배들과 약속은 다 챙기면서 나랑 딩턴이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없는게 너무 서운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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