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남편이 화장실을 가려고 깨서 나도 일어나 1층 화장실에 다녀왔다가 1시간 정도 잠을 자지 못했다. 예전에 신혼집을 구할 때 복층에 대한 로망이 있어 복층으로 하고 싶었는데 남편이 격렬하게 반대한 적이 있었는데 임신한 몸으로 잠결에 1층을 내려가야하는건 조금 아찔한 것 같이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그때 복층으로 신혼집을 구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인것 같다. 일어난 김에 남편과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가 4시 30분쯤에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먼저 일어난 남편이 라면과 햇반을 준비한 후 깨워서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씻고 머리와 화장을 하고 촬영용 옷으로 갈아입었다. 날씨가 흐려서 오늘 사진 못 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펜션을 나섰다.

  오늘은 숲과 바다를 배경으로 찍을 생각으로 남해편백나무휴양림과 상주은모래비치에 갈 예정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두 군데 모두 가지 않았다. 편백나무휴양림에 가면 편백나무만 있을 것 같아 배경이 다채롭지 못할 것 같아서 남해토피아랜드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남해토피아랜드는 주인분이 16년간 나무를 기르고 가꿔서 지금의 모습을 완성하고 작년에야 오픈을 했다고 한다. 원래 9시 오픈인데 8시 40분에 도착해서 입구앞에 있는 움막집 같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놀았는데 예쁘게 잘나와서 마음에 너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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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시가 되어도 입구에 사람이 없어 일단 들어가고 정원관리를 하시는 분께 돈을 내러갔는데 이따가 내려오실거라고 그냥 우선 구경하고 있으라고 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셀프사진이 진짜 오글거리고 드레스에 화관도 일반적인 옷차림은 아니기 때문에 부끄러웠는데 토피아랜드로 가길 잘한게 날씨가 안 좋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말고 관광객이 한 명도 없었다. 편하게 눈치보는 것 없이 하고 싶은대로 다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싱그럽고 푸른 느낌의 나무들 덕분에 사진도 너무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그런데 덥고 습한 날씨에 사진을 계속 찍다보니 너무 숨이차고 힘들어서 편백나무숲까지 가는 길에 한참을 쉬고 다시 일어나 갈 수 있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인데 물을 안가져왔더니 더 힘든 것 같았다. 컨디션만 더 좋았으면 더 좋은 사진들도 많이 건졌을텐데 조금 아쉽다.

  사진을 찍고 내려가는 길에 주인분께 입장료를 드렸는데 얼음물을 주셨다. 정말 살 것 같았다. 위에 꽃도 예쁘니 거기서 사진 찍으면 잘 나올거라고 해주셔서 한 번 더 힘을 내 꽃밭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남편이 특히나 사진을 마음에 들어해서 힘들어도 찍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시간 정도 사진 찍기를 마치고 주차장에 내려와서 답답했던 의상을 다음 의상으로 갈아입고 상주은모래비치로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지 않고 힘들어서 별아라카페에 가서 우선 마실거라도 먹자고 했다. 30분 이상을 더 가야하는 먼거리에 있었는데 중간까지 갔다가 컨디션이 너무 좋지 못해서 남편에게 돌아가자고 했다. 해변가에서 포카리스웨트 같은 청량한 샷을 건지고 싶었는데 날씨랑 내 컨디션이 너무 아쉬웠다.

  별아라 카페 대신 펜션을 오가며 보았던 유자카페로 방향을 선회했다. 유자카페는 한옥을 개조해 만든카페로 유자카스테라가 인기 메뉴이다. 유자를 좋아하는 편이기에 유자차와 함께 유자카스테라를 시켰다. 은은한 불빛과 행잉플랜트의 인테리어 조화가 멋스럽다. 창밖의 뒤뜰 풍경도 멋있어서 나가서 사진을 찍으려했는데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앞편 돌담과 테라스에서 사진을 찍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사진이 잘 나왔다. 다만 배가 도드라지지 않아 만삭사진처럼 보이는 컷이 많이 없었던게 아쉽다.

  유자카페에서 나와 남편이 찾은 남해맛집 송촌식당에서 송촌스페셜을 점심으로 먹었다. 스페셜은 2인 4만원인데 멸치쌈밥, 멸치회, 튀김, 우럭구이, 해물순두부로 구성된 메뉴이다. 멸치쌈밥은 맛있었지만 상추에 싸서 먹으려고하니 자꾸 국물이 세어나와 너무 뜨거웠다. 또 가시는 씹어먹으면 되긴하지만 개인적으로 생선을 뼈째먹는것은 싫어하기에 좀 먹기 불편했다. 그래서 거의 해물순두부와 우럭구이 위주로 밥을 먹었다. 멸치회는 날 것이라 먹지 않아 무슨맛인지 잘 모르겠지만 남편이 남김없이 싹 먹은 것으로 보아 맛은 있는 것 같다.

  점심을 먹다보니 비도 오고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가서 씻기 전 우선 실내에서 소품을 이용해서 만삭사진을 찍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아서 몇장 건지지 못해 아쉽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주인분께서 문을 두드리며 갑자기 이상이 생겨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남편이 싱크대에 물을 켜보니 진짜 나오지 않았다. 나갔다와서 씻어야하는데 조치해주신다고 하셨지만 찜질방이라도 가야하나 진짜 맨붕이었다. 다행히 물은 30분내 바로 나와서 무사히 씻을 수 있었다.

  씻고 식샤3을 보다가 피곤해서 낮잠을 1시간 30분정도 잤다. 남편은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며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컨셉이 너무 무리하지말고 맛있는것 먹고 푹쉬는 것이기에 여행 중 낮잠도 자고 여유로워 좋았다.

  잠을 자고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멸치쌈밥은 지나가면서 너무나도 많이봐서 별로 끌리지 않았다. 한 번 먹었지만 체감상 수십 번을 먹은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다른 음식도 없었다. 근처 식당들은 거의 다 멸치쌈밥이나 생선구이정도 팔고 흔한 갈비집도 못찾겠다. 치킨을 먹기도 배가 불러 부담스럽고 대부분의 유명 양식집들도 라스트오더가 5시라 이미 시간이 지났다. 원래는 펜션에서 바베큐를 할 생각이었지만 낮에 비가 너무와서 데크가 젖어 바베큐가 불가했다. 정말 오랜 생각 끝에 남해고기국수에가서 열무국수를 사먹기로 했다. 이것도 별로 끌리는 메뉴는 아니었지만 그나마 멸치쌈밥보단 나을 것 같아서 결정했다. 남편은 고기국수, 나는 열무국수를 시키고 만두까지 추가했는데 맛이 좋아서 거의 다 먹을 수 있었다.

  집에 들어오는길에 마트에 들러서 과자와 맥주를 추가로 구매해왔다. 생라면도 먹고 싶어서 라면도 하나사고 저녁은 과자파티이다. 집에 있으면 거의 먹지 않을 과자인데 오늘이 찬스다 싶어 많이 골라왔다. 아 또 살찌겠구나 그래도 놀러왔으니 놀러온 기간 동안은 살포시 무시해주기로 한다. 과자를 먹으며 남편과 많은 얘기를 했다. 늘 함께 있지만 집에 있을 때보단 나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배가 불러서 과자 1봉지 반과 라면을 부숴먹고 오늘은 이만 자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과자파티인데 좀 아쉬웠다. 남편이 욕조에 물을 받아줘서 10분 정도 따뜻한 물에 몸을 데우니 노곤노곤 잠이 쏟아졌다. 나른한 몸으로 비교적 일찍 푹 잠든 하루였다. 내일은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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