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분유 먹을 때를 제외하고 숨소리도 없이 꿀잠을 잔 유건이를 보고 남편과 분유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컴포트케어 분유는 가격이 꽤 나가기 때문에 남양몰에서 정기배송으로 할인 받아 구입했다. 하지만 샘플 분유가 얼마 남지 않아 배송 전까지 못버틸 것 같아 남편이 오후에 운동 갔다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분유를 사오기로 했다.

  남편이 오후에 운동을 가면 내가 혼자 유건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오전은 남편이 보고 나는 좀 더 늦잠을 잤다. 10시쯤 일어나보니 남편과 유건이가 잠들기 직전이라 추가로 잠을 더 잘 수 있었다. 거의 1시에 일어났는데 출산 후 이렇게 늦게 일어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운동을 마치고 마트에 간 남편이 큰일났다며 메신저를 보냈다. 내용인 즉 터미널 롯데슈퍼에 아이엠마더 컴포트케어가 없어 홈플러스에 들렀다 오겠다고 했다. 잠시 후 홈플러스에도 없고 서청주 롯데마트에도 전화를 했는데 없다고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불현듯 아기 있는 부모들은 쿠팡을 이용하게 된다는 말이 생각나 검색을 했고 내일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배송이 가능했다. 바로 마트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 쿠팡으로 주문을 해달라고 했다. 기존의 먹던 분유도 거의 다 먹었었기에 쿠팡의 로켓배송이 아니였으면 기존분유를 사서 며칠만 먹고 버릴뻔 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아기를 키우다보니 정신도 없고 미리미리 준비할 수 없는 변수들도 많은데 앞으로 종종 쿠팡과 친해질 것 같다. 땡큐 쿠팡 로켓배송!! 얼마전에 구입한 아이엠마더 분유는 바로 반품해야겠다.

 
  요 며칠 모유를 짜내고 어제 유축기로 유축을 했더니 젖양이 늘어 가슴이 뭉치고 아팠다. 젖몸살인지 근육통처럼 몸이 무겁고 기운이 없었다. 12시에 분유를 먹이고 남편과 유건이 돌보기 순번을 바꾼 후 마음 편하게 잠이 들었다.

  잠을 자고 유건이가 우는 소리에 깨서 일어나보니 벌써 새벽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남편이 유건이를 달래주고 있었는데 나한테 짜증을 많이 부렸다. 내가 유건이가 우는데도 안일어나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유건이가 울 때 내가 남편을 툭툭 치면서 "빨리가, 빨리가" 라고 짜증을 냈다고 했다. 난 잠결이라 전혀 기억도 없는데 남편은 내가 1군일 때도 한 번도 짜증내지 않고 도와줬는데 서운하다고 했다. 내가 몸이 아파서 그랬나보다고  사과를 했지만 남편은 짜증을 내며 등을 휙 돌리고 잤다.

  평소에 잘 자던 유건이가 오늘은 새벽 2시30분부터 계속 못자고 있어 남편이 거의 2시간을 달래고 나도 4시부터는 어제 유축했던 모유와 분유를 먹이며 계속 달랬다. 남편이 출근할 때가 되어 깨우고 밥도 차려줬지만 분위기가 냉랭하다. 나도 잠을 거의 4시간 밖에 못자서 예민해진 상태라 그대로 아무말도 없이 밥을 먹었다.

  남편이 출근을 했고 유건이는 오전내내 가스때문에 짧게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급기야 분유를 토하고 먹기를 거부까지 해서 분유먹이는데도 20분이나 걸렸다. 평소 유건이의 먹성이라면 절대 그럴리가 없는데 속이 엄청 불편한 것 같다. 결국 모태안문화센터에서 샘플로 받았던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들어진 아이엠마더 컴포트케어를 생각해냈고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해 남편이 퇴근한 이후 먹여보기로 했다.

  남편이 남양 고객센터에 전화해 컴포트케어에 대해 하기와 같은 정보를 얻었는데 기존에 아이엠마더를 먹고 있는 유건이의 경우 크게 부작용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1. 배앓이에 원인이 유당분해를 잘 못하는 아가라면 효과가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크게 효과는 없고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함

2. 컴포트케어와 아이엠마더는 성분이 똑같아 분유를 갈아탈 때 섞여먹일 필요는 없고 부득이하게 섞여먹이더라도 2~3일 이상은 섞지 말고 먹일 것

3. 컴포트케어는 쓴맛이 있어 분유를 갈아타려고 해도 안 먹는 아기들이 있음

  속이 불편한지 3번이나 응아를 하는 유건이를 보니 마음이 조급해졌고 남편이 퇴근을 한 후 바로 컴포트케어 스틱 1개 (100ml) + 아이엠마더 40ml를 조합해 분유를 먹였다. 분유가 맞는지 아니면 응아를 많이해서인지 유건이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잠을 자줬다. 중간중간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할 정도였다. 아무튼 잘자는 유건이를 보니 마음이 놓인다. 아들 항상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 사랑해 :)

덧1) 우울감을 느끼다.
오전에 유건이가 너무 울어서 달래주며 창문을 보았다. 장미가 폈던 따뜻한 5월 유건이가 딩턴이었던 시절에 임신한 몸으로 뉴에이지를 들으며 산책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건이를 임신했을 때 너무 행복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또 슬퍼지기도 한다. 나랑 한 몸이었던 아이가 지금 내 눈에서 자라고 있는데 가끔은 내 몸 속에서 함께하고 있을 때가 그리워진다. 바깥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자유로운데 나는 집 안에만 있는 것도 좀 답답하다. 이런 우울감 때문인지 집에 온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하던 중 울어버렸다. 남편은 별 생각없이 한 말이었는데 새벽에 있었던 냉랭함과 나 자신을 위해서는 별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은 현실에 따뜻하지 못했던 말투 자체가 더 서운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결국 남편의 사과로 화해는 했지만 이 우울감은 내가 극복해야할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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