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까지 잠을 못자다가 5시 30분에 일어났다. 요즘 밤에 아무리 누워 있어도 잠이 잘 안오는 것 같다. 아침에 추가로 자는 걸 줄여야할텐데 맘처럼 되지 않는다. 원래 부엉이족이라 남편만 없었음 진작에 낮밤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일반식으로 올갱이국과 어제 재워둔 소불고기이다. 어머님이 석가탄신일에 주신 올갱이국이 남아 있어 오늘은 올갱이 국이다. 요즘 요리에 정신이 팔려 무려 13일간 김치냉장고에 있었다. 다행히 상하거나 이상이 있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이 녀석을 모두 소진하기로 했다. 어제 만든 불고기도 아주 먹음직스럽다. 소고기 가지볶음을 만들고 200g밖에 안남아 먹을 것도 없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후라이팬에 가득찼다. 고기는 언제나 옳기에 아침부터 입맛을 돋구었다. 원래 참조했던 레시피보다 설탕을 많이 줄여 더 맛있게 먹었다. 내 입맛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집밥만의 매력인 것 같다.

  디저트로 요구르트와 사과까지 챙겨 먹고 뒷 정리를 했다. 평소 아침 설거지는 남편이 해주지만 오늘은 설거지가 좀 있어서 내가 할테니 그냥 출근준비하고 두라고 했다. 남편은 출근하고 설거지도 마무리하고 좀 누웠다.

  인터넷을 하다가 GRIT이라는 용어를 발견했다. GRIT이란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가 개념화한 용어이다.앤젤라는 경영컨설턴트에서, 교사로, 그리고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다시 전공하며 연구를 시작했다. 군대 사관학교에서 가장 끝까지 훈련을 마치는 사람, 철자대회에서 가장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예측하려고 노력했고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아이큐도, 외모도, 좋은 육체적 조건도 아닌 GRIT을 가진사람이었다. Grit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열정과 끈기이다. 하버드에서 러닝머신 실험을 했다. 학생 130명을 최대속도로 5분간 달리게 했다. 5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실험이었지만 하버드는 실험 참가자들을 40년 동안 추적해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GRIT 점수가 높은 사람들이었는데 체력의 한계라고 느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인 사람들이 40년이 지난 뒤에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재능은 타고나야하지만 GRIT은 키울수 있다. 작은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완료하는 습관을 기르면 나중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문장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

'난 여기까지야' 라고 말하지 마세요.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의 한계까지 가보지 않았습니다. 

  뭔가 아직 끝이 아니다. 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응원을 해주는 것 같은 메시지여서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원래 어렸을 때 나는 GRIT이 높은 아이였던 것 같다. 집에서도 혼자 공부하며 역할놀이처럼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해서 틀리면 틀린갯수만큼 혼자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고 중학교 배치고사를 보기 전에는 문제집을 10권이상 풀어가기도 했다. 대학교 때 자격증 공부를 할 때도 시험직전 일주일정도는 도서관에서 15시간 동안 일어나지도 않고 공부했었다. 그런 나의 열정과 끈기는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늘 욕심도 많았다. 그래서 남편한테도 "아이한테 공부에 관한 학원비는 쓰지 않을꺼야 음악, 운동 같이 처음에 특별히 배워야하는거 아니라면 어차피 욕심 있으면 다 하게 되어있어." 실제 내 경험이 그랬었다. 어떤 경험이 나에게 그런 지구력들을 선사해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원래 그런 아이였다. 특히 공부나 회사에서 내가 반드시 해야하는 일에 관해서는 치열하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평범한 아줌마가 되어있다. 다시 무언가에 골똘하고 빠질 수 있는 열정을 가진 대상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지금 목표가 없는게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나만의 비전을 찾아야할텐데 어떻게 사느냐에 관한 것은 끊임없는 숙제인 것 같다. 요즘의 내 모습도 나는 좋다. 욕심도 독기도 빠져 있고 소확행을 즐기면서 살고 있다. 예전의 나는 행복함을 느낄수도 없었고 치열하지만 늘 만족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었다. 지금은 행복은 하지만 열정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GRIT도 보고 오늘부턴 건강관리를 목표로 하자는 생각했다. 식단일기, 물 마시기, 걷기 운동 등 차근차근 계획했다. 우선 집 앞 부터 산책을 했다. 이어폰이 없어 서점에 가서 이어폰을 사와 뉴에이지를 들으며 산책을 했다. 30분 정도 걸은 것 같은데 3700보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집에 있으면 밖에 나가보지도 않는데 많은 발전이다.

  운동을 갔다와서 회사동생의 블로그에 갔다가 금산에 다녀온 것을 보고 반가워 연락을 해봤다. 안 그래도 남편이 며칠 전부터 금산에 가자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동생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 퇴사할 때 인사팀에서 비전 없이 나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고 하니 "왜 남의 비전을 그 사람들이 정한대요? 언니 블로그보면 누구보다 잘 살고 있어요." 라고 말해주었다.  오늘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너무 고마웠다.

  빨래를 하고 저녁 준비를 했다. 오늘은 가지구이샐러드 식단대로 잘따라가고 있다. 가지구이샐러드를 준비하면서 보니 가지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임산부는 많은 섭취를 줄이라길래 3개 정도만 먹었다. 드레싱 없이는 심심한 맛이라 플레인요거트를 뿌려 먹었다.

  저녁을 먹고 산책 겸 남편과 롯데마트에 가서 낼 저녁메뉴용 아보카도를 사왔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게 눈에 들어오지만 식단 외 재료는 절대 사지 않는다. 언제 만들지도 모르고 자칫하다 버려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트 산책 덕분에 오늘 5킬로를 걸었고 목표인 6천걸음도 달성했다. 작은 목표를 하나 이룬 것 같아 뿌듯했다. 물은 나름 신경써서 마셨는데 600밀리 부족하다. 평소에 물이 얼마나 부족했었을까? 원래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내가 개선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 또 식단도 나름 3끼 다 챙겨먹고, 건강식으로 먹는다 생각했는데 칼로리 섭취가 적었다. 그나마 급하게 두유하나 수혈해줘서 조금 더 섭취한 것이었다. 그래도 단백질도 많이 먹고 영양은 적정하게 먹은 것 같다. 양을 조금 늘리는게 관건일 것 같다. 남편도 너무 안 먹는다며 걱정을 한다. 식사일기를 계속 쓰면서 부족한 부분을 틈틈히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딩턴이 건강을 위해서라도 조금 더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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