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해장국으로 끓여놓은 콩나물김치국을 데웠다. 다행히도 남편은 금방 술이 깼는지 멀쩡해보인다. 그래도 밥을 엄청 많이 국에 말아서 챙겨주었다. 남편은 술 취한 다음날은 엄청나게 밥을 많이 먹는다. 해장국을 끓여준 덕분에 속이 많이 편해졌다며 고맙다며 인사하고 출근하는 남편이다. 만약에 이런 인사도 없었으면 얄미웠을 것 같다.

   남편을 보내고 설거지를 하고 회사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문득 회사에서 친하게 지낸 동갑친구도 생각이 나 오랜만에 연락을 해봤다. 친구는 현재 출산휴가 중인데 예정일을 문의하니 17일 남았다고 한다. 더운날 출산해서 조리가 힘들까 걱정이다. 우리 딩턴이는 겨울에 태어날거라 다행이다. 딩턴이를 가지고 크진 않지만 금전으로도 좋은 일이 종종 생기고 입덧도 없고 심적으로도 많이 안정이 되고 있어 복덩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우리 딩턴이가 속썩이지 않고 잘 커줘서 너무 고맙다. 또 친구에게 나랑 회사에서 퇴사고민을 함께 나눈 대리님도 결국엔 퇴사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역시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세상의 모든 워킹맘들이 위대해보인다.

  오늘은 냉장고 청소를 해야했는데 급하게 서랍장 청소로 선회하였다. 서랍에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딩턴이 옷이며 용품들을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제 만들었던 만능세제를 추가로 만들었다. 원래 쓰던 주방세제가 부족해서 선물 받은 암웨이 디쉬드랍스를 사용했는데 임신 중 유일하게 입덧을 유발했던 녀석답게 청소를 하다 머리가 너무 아팠고 속이 울렁거렸다. 나랑은 좀 안 맞는것 같다. 결국에는 내 서랍만 겨우 정리했는데 원래 정신없이 너저분하게 꽉 찼던 서랍을 제법 많이 비웠다. 특히 양말과 속옷 등으로 5L 쓰레기 봉투를 가득 채웠다. 내가 뭐 양말을 50개씩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행복의 가격을 읽은 이후에 물건 비우기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옷장이며 정리해야할 것이 많지만 더디더라도 조금씩 정리해서 우리 딩턴이 공간을 꼭 마련해줘야겠다.

   내 서랍만 겨우 청소를 하고 세제때문에 어지러워서 일단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상태가 여의치 않아 칼슘 보충용 두유와 치즈만 겨우 먹고 잠들었다. 일어나니 벌써 4시다.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닦았다. 청소를 급하게 끝내고 바로 장을 보러 갔다. 오늘은 금요특식 데이인데 남편이 이번주 특식메뉴는 내가 먹고 싶은걸로 하라고 했다. 어제 단백질을 부족하게 먹기도 해서 한우 모듬구이 1근(부채살, 채끝, 안심)과 쌈채소를 사왔다. 한우는 집 앞 가덕한우 정육점에서 샀는데 기름도 다 떼서 주시고 저울이 이미 한근을 넘었는데도 일부러 서비스로 2천원어치를 더 주셨다. 소고기살 때는 종종 이용해야겠다.

  남편이 퇴근 후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는데 집요하게 메뉴를 물어서 안 알려줬다. 장보고 집에 와서 밥을 하고 양파를 채썰고 부추를 준비해 고기집용 양파샐러드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뒤졌는데 잘 나오지 않아 고기집을 하는 엄마한테 SOS를 쳤다. 

[고기집 양파샐러드 만드는 방법]
  1. 설탕, 간장을 1:1 비율로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젓는다.
  2. 설탕이 다 녹으면 식초를 추가로 넣는데 비율은 동일하게 1비율로 넣는다.
  3. 설탕, 간장, 식초를 한 번에 넣으면 이상한 맛이 나니 주의한다.

  엄마 비법으로 만드니 역시 맛있는 양파샐러드가 되었다. 와사비가 들어갈 줄 알았는데 들어가지 않아 좀 의외였다. 양파샐러드를 하면서 청국장까지 만들다보니 정신이 없었다. 남편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를 뒤지면서 빨리 메뉴를 가르쳐달라며 난리다. 냉장고에 한우 위치를 알려주었다. 남편은 상을 차리고 나는 마늘을 썰고 야채를 씻었다. 아무래도 소고기다보니 식으면 맛이 없기에 남편에게 버너를 가지고 굽자고 했다. 남편은 반대했지만 내가 하도 우기니 버너를 준비해줬다. 그런데 부탄가스가 없다. 남편이 급하게 편의점에서 사왔다. 고기 한 번 먹기 참 힘들다.

  그런데 간과한 점이 오늘 초미세먼지 나쁨이다. 고기 굽는데 문을 열 수가 없다. 공기청정기를 틀었는데 연신 경고음이다. 999까지 수치가 올라가 있다. 다음부터 고기 먹을 때는 날씨를 봐야한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고기가 한 근이라 배가 터질 것 같았다. 남편은 남으면 귀찮다고 끝까지 구울 태세다. 값 비싼 한우를 이렇게 꾸역 먹기에는 억울해서 그냥 마지막 한 번 구울치는 내일 샐러드 먹을 때 쓸꺼라고 지퍼백에 보관했다. 진작 남길걸 저녁 섭취 칼로리만 1천 칼로리가 넘는다. 다 먹고 뒷정리를 하니 9시가 다 되어간다. 집에서 먹으니 뒷정리가 귀찮다며 남편이랑 얘기했다. 그래도 집에서 먹은 덕에 절반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었다. 딩턴이도 고기 먹고 좋은지 태동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저녁을 먹고 인터넷 강의를 보고 엽산과 비타민 D, 유산균을 챙겨 먹었다. 원래 약 같은걸 잘 챙겨먹는 스타일이 아닌데 딩턴이가 대단하긴 한 것 같다. 한번도 안 빼놓고 챙겨 먹게된다. 약을 먹고 자려고 누웠다. 새벽에 한 번 깼는데 딩턴이가 춤추는 것 같아 남편에게도 딩턴이가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하니 그런 것 같다고 한다. 아직 움직임을 느낄 시기는 아니겠지만 내가 아닌 무언가가 존재하는 느낌을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다. 우리 딩턴이는 고기를 참 좋아하는구나! 고기 먹고 신나서 춤을 추나보다. 앞으로 종종 고기를 먹어줘야겠다. 그런데 과식 한 것 같아 다음부터는 좀 소분해서 하루 필요분만큼만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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