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 잤지만 남편이 8시라며 깨워서 일어나니 7시15분이였다. 펜션에서 조식이 제공되는데 9시부터라 너무 시간이 늦어 침대에 더 누워 뒹굴거리다가 씻고 머리를 헤어롤로 말아 정리를 하고 시간에 맞춰 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9시에 밥을 먹으러가니 어제 연휴라 오늘은 조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한다. 진작 알았으면 밥부터 먹었을텐데 다시 펜션으로 들어와 어제 남은 밥 한그릇과 집에서 챙겨온 묵은지찜에 두부를 넣고 끓이고 옥수수를 데워 사과와 요거트를 챙겨 먹었다. 밥이 매우 적었으나 나름 괜찮은 한끼 식사였다.

  아침을 먹고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원래 이번 거제여행은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펜션에서 푹 쉬다 갈 생각이라 관광지도 바람의 언덕과 매미성은 꼭 가고 나머지 일정은 컨디션에 따라 조정하기로 했었고 매미성보다는 바람의 언덕이 사람이 많이 몰린다기에 상대적으로 금요일보다는 연차를 많이 안 쓰는 목요일인 오늘 가기로 했다.

  펜션 관리실에서 제공되는 바람의 핫도그 쿠폰을 챙겨서 바람의 언덕을 향했다. 바람의 언덕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바람의 핫도그가 이전을 해서 바람의 언덕에서 3.5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었다. 너무 늦게 간식을 먹으면 아무래도 점심에 영향을 줄 것 같아 주차장에서 나와 바람의 핫도그로 향했다.

  바람의 핫도그에서 기본메뉴인 엔틱과 초코엔틱, 블루레몬에이드를 시켰다. 테라스에서 먹고 싶었는데 이미 만석이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음식이 나올 때 운 좋게 자리가 생겨서 테라스에서 먹을 수 있었다. 앞이 바로 바다라서 뷰가 끝내주고 블루레몬에이드의 청량한 색감이 바다와 잘 어울렸다. 남편은 연신 내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혼잣말로 "진짜 예쁘다." 라고 말했다. 잘못 들은줄 알고 "뭐라고 했어?" 라고 하니 "진짜 예쁘다고 누구 마누라인지 정말 예쁘네 사진도 되게 잘나온다."라고 말했다. 저렇게 혼잣말로 쌩뚱맞게 예쁘다는 소리를 들으니 심쿵해졌다. 연예 9년, 결혼 2년차임에도 아직 달달한 커플이다.

  핫도그를 먹고 앞에 있는 바닷가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남편이 삼각대를 준비했는데 힘 없이 픽 쓰려진다. 삼각대 위에 카메라가 있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날씨가 맑고 좋아서 하늘도, 바다도, 사진의 색감도 너무 예쁘다.

  사진을 찍고 바람의 언덕으로 갔다. 이름답게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바람이 몰려왔고 에어컨 CF에 적합한 장소인 것 같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아서 풍차 주변은 계속 사진 찍는 다른 사람들이 찍혔다. 장소는 예쁜데 단독사진을 찍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람이 많아지는 주말에는 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바람을 하도 맞았더니 두들겨 맞은 듯 몸이 무거워진다.

  바람의 언덕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거의 횟집 위주라 밥 먹기가 힘들다. 근처 식당을 몇 바퀴 돌다가 횟집이 아니 다른 음식을 파는 덕이 식당에 들어갔다. 앞 테이블은 갈치조림을 먹는지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갈치조림은 양이 많을 것 같아 해물된장뚝배기를 시켰다. 된장찌개를 좋아하기도 하고 해물이 들어가서 육수도 진했는데 껍데기를 제거하니 생각보다 해물은 좀 부족했다. 그래도 1인분 만원에 공기밥까지 주는 구성에는 적합한 양인 것 같다.

  밥을 먹고 근처 학동몽돌해수욕장에 갔다. 돌이 동글동글 귀엽다. 진짜 소유욕이 증가하지만 눈으로만 봐달라는 안내문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모래와는 달리 몽돌로 된 바닷가는 파도가 칠 때 돌에 부딪혀서 소리가 더 찰싹거리는 것 같다. 몽돌에 앉아 햇빛을 쬐며 사진을 찍었다. 오후라 그런지 따뜻하니 기분이 좋았다. 아무것도 안하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햇빛을 쬐고만 있어도 기분 좋게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카페에서 차를 마실까하다가 피곤해서 펜션으로 돌아와 낮잠을 한숨잤다.

  잠깐 잔다는게 2시간이나 자버렸다. 저녁을 먹어야하는데 저녁에 치킨을 배달할 예정이기에 간단히 김밥집에 가서 떡볶이와 김밥을 먹자고 했다. 네비를 찍고 지세포로 가서 분식집을 발견했다. 김밥을 한줄만 시켰어야했는데 2줄이나 시켜서 배가 좀 불렸다. 국물떡볶이는 맛있었지만 김밥은 그냥 그랬다. 배로 된 장식장에 인형들이 즐비한 인테리어가 멋스러운 식당이었다. 나온 김에 마트에도 들렀다. 남해에 갔을 때와는 다르게 과자는 꽃게랑 와사비맛 1개만 구입했고 지퍼백과 맥주, 컵라면 정도만 추가로 골라왔다.

  치킨은 어디를 시킬까? 신중하게 고민하다가 그나마 칼로리 부담이 덜한 굽네치킨으로 시켰다. 펜션이 거리가 좀 있어서 3천원의 배달료가 붙었다. 아까 지세포에 나간김에 포장을 해왔으면 할인까지 5천원을 세이브할 수 있었는데 조금 아깝다. 테라스에서 치킨을 펼쳐두고 맛있게 먹었다. 남편은 볼케이노, 나는 오리지널을 위주로 먹었다. 굽네치킨은 임신하고 처음 먹는다. 튀김옷이 두꺼운 치킨을 먹었으면 다 먹지 못했을텐데 금새 바닥이 드러났다.

  못내 아쉬워서 컵라면까지 끓였다. 치킨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 같이 개운했다. 컵라면을 먹으며 가져간 미니빔을 테라스 벽에 쏘며 배틀트립을 시청했다. 뜨끈한 국물이 차가운 바닷바람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라면을 먹고 정리를 하고 스파를 했다. 펜션에 온 후 1일 1스파를 하고 있다. 집에도 욕조가 있으면 좋을텐데 이사갈 때까지 참아야하는데 가끔 스파의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는 것 같다. 임신중이라 10분 정도밖에 하지 못해서 아쉽다. 스파를 하고 나니 노곤노곤해져서 일찍 푹 쉬었다. 펜션에서 읽으려고 책을 왕창 가져갔는데 하나도 읽지 못하고 있다. 책은 못 읽었지만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산을 하면 당분간은 못즐길테니 남편이랑 딩턴이랑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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