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남편이 운동을 가려고 조금 일찍 일어났다가 어제 술을 마셔서 간에 무리가 될 것 같아 운동을 가지 않았다. 운동은 가지 않았지만 일찍 일어난 남편이 밥을 지어준 덕분에 30분 더 잘 수 있었다. 대충 반찬을 꺼내 먹자는 남편의 의견에도 해장을 해주어야할 것 같아서 5시 40분에 일어나 김치콩나물국을 끓였다.

  사실 지금부터 끓이기 시작하면 남편이 좀 늦을 것 같아 일단 씻고 준비부터 하라고 한 후 국을 준비했다. 덕분에 따뜻하고 속이 확 풀리는 김치콩나물국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남편이 술 먹은 다음날 시간이 없어 대충 과일이나 두유 등만 챙겨주고 국을 못 먹이면 오전 내내 마음이 쓰인다. 특히나 술이 취해서 제정신이 아닐 때는 얄밉기도 하지만 회식 후 폭음한 날은 더 안쓰러워서 국을 챙겨주려고 노력하는데 이런걸 보면 신혼은 신혼인가보다. 딩턴이를 키우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할 때 취해서 온다면 꼴도 보기 싫어질 수도 있겠지? 그래도 아직까지는 챙겨줄 수 있을 때 최대한 챙겨주고 싶다.

  오늘은 사과가 없어 사과도 요거트도 생략하고 차만 마신 후 남편을 배웅해줬다. 설거지를 하고 블로그를 정리한 후 인터넷 강의를 봤다. 도리를 찾아서 강의가 오늘까지인데 아직도 강의가 4개나 남았다. 강의를 좀 보다가 어제 방에 널어놓은 빨래가 덜 마르고 좀 눅눅한 느낌이 들길래 라디에이터를 좀 틀었더니 실내가 따뜻해져 잠이 들어버렸다. 낮잠은 약 3시간이나 이어졌고 일어나보니 벌써 12시가 넘었다. 

  일어나서 점심으로 아침에 먹다 남은 콩나물국을 데우고 밥을 말아먹었다. 점심을 후다닥 먹고 인터넷 강의를 계속 보았다. 오늘 기필코 다 완료할 계획으로 계속 보았다. 집중을 해서인지 밥을 먹었음에도 계속 배가 고파졌다. 밥을 먹고 홍시를 3개나 먹었는데도 출출해져서 고구마까지 추가로 삶아먹었다. 원래 호박고구마보단 밤고구마를 선호하는데 오늘따라 호박 고구마도 맛있었다. 샛노란 색깔이 먹고 싶은 욕구를 더욱 더 증진시켜주었다.

  도리를 찾아서를 완강하니 벌써 4시가 넘었다. 그래도 강의를 다 보고 나니 말 못할 뿌듯함이 몰려온다. 강의가 끝나기 전에 꼭 도리를 찾아서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결국 영화는 보지 못했다. KT 올레TV 포인트가 있어 결제 후 봐도 되지만 남편이랑 같이 보고 싶어 계속 기다렸는데 남편은 별로 같이 봐줄 마음이 없는 듯 하다. 영화를 보고 강의를 봤으면 좀 더 흥미있고 장면을 상상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었을텐데 이점은 많이 아쉬웠다.

  강의를 끝내고 다음 주 월요일이 엄마 생신이라 일요일에 친정에 갈 때 엄마에게 선물로 줄 앞치마를 만들려고 했었는데 낮잠을 자는 바람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서 오늘도 재봉틀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다가 딩턴이 내의나 수면조끼는 언제 만들어줄지 모르겠다. 다음주부터는 진짜 열심히 만들어야지

  쉬다보니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왔다. 오늘은 금요일이기도 하고 집근처에 새로 생긴 순곱이네에 가기로 했다. 순곱이네는 특이하게 메인음식이 나오기 전 후라이팬과 날달걀을 주고 계란후라이를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셋팅해주셨다. 계란후라이를 만들다보면 메인메뉴가 나온다. 순대 곱창 버섯 전골 소자를 시켰는데 순대도 맛있고 기본으로 나오는 수제비 사리가 쫄깃하니 맛있었다. 냄새도 나지 않고 순대도 맛있었다. 순대볶음, 순대전골 학교 급식으로 나왔을 때 냄새나서 정말 싫어하는데 순곱이네는 냄새가 없어 잘 먹었다. 그런데 한우곱창이라 그런지 먹다보니 좀 느끼해졌다. 남편과 순곱이네에서 먹으면서 계속 2차로 어디갈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금요일이기도 하고 늦게까지 놀고 싶은 하루이다. 남편은 술이 부족한지 한병 더 시킬지 말지 고민했는데 2차가서 먹자고 못시키게 하고 마지막에 밥을 시켜 밥을 볶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밥이 한 그릇이 안된다며 반 값만 가격을 받으셨다. 어차피 2차를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에 차라리 잘되었다 싶었다. 우리 다음에 볶음밥을 시킨 손님은 밥이 부족해서 주문을 하지 못했다.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순곱이네서 강서동 호프집을 계속 검색해서 청춘쌀롱에 왔다. 집 바로 앞인데도 한 번도 와본적이 없는 가게였다. 청춘쌀롱이라는 상호 자체도 젊음을 의미하는 청춘과 쌀롱이라는 다소 올드한 느낌의 단어가 조합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였다. 옛날 어르신들이 들을 법한 LP판과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피규어와 인형이 함께 셋팅되어 있었다. 뭔가 오묘하고 아늑한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남편과 나는 가오나시 그림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가오나시하면 대만의 지우펀이 떠오른다. 지우펀에 갔을 때 가오나시 열쇠고리를 팔았는데 남편이 두고두고 사오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기 때문이다. 가오나시 위에는 월리를 찾아서가 있었는데 한방에 찾으니 남편이 놀라워했다. 1차에서 소주를 마시고 왔던 남편은 월리를 찾아서 페이지만 봐도 울렁거리는지 바로 덮어버렸다.

  소주를 시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남편은 생맥주로 종목을 바꿨다. 안주는 아무거나 상관이 없다고 해서 콘치즈계란후라이와 계란말이를 시켰다. 종업원분께서 메뉴가 둘다 계란인데 상관없냐며 재차 문의하셨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을텐데 세심하고 친절하신 것 같았다. 기본안주로 구운 쫀드기가 나왔다. 사실 쫀드기를 구워 먹어본 적이 없는데 설탕이 솔솔 뿌려진 쫀드기는 진짜 별미였다. 콘치즈계란후라이는 달달하니 맛있었고 계란말이는 위에 데코레이션 된 소세지가 너무 귀여웠다. 우리 메뉴에 사용된 계란만 10개가 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란을 좋아하고 맛있긴 했지만 순곱이네에서도 계란후라이를 먹고 왔는데 종업원분이 왜 물으셨는지 알 것 같았다. 골뱅이무침이나 다른 메뉴를 하나 시킬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  

  배가 부르니 갑자기 배에 경련이 오며 가진통이 몰려왔다. 이제 딩턴이가 태어나면 호프집도 못 올 것 가고 일단 참아보기로 했는데 계속 되는 진통에 도저히 못참고 남편에게 집으로 가자고 했다. 금요일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진짜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오니 10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어쩌면 출산 전 마지막 호프집 방문이 아니였을까 싶다. 딩턴이가 태어나면 몇 년은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을텐데... 갓난아기를 안고 술집에 갈 수는 없을테니 한껏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는데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술을 마셔서인지 바로 잠들었지만 나는 몸이 안 좋아서인지 2시간 정도를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12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 일어나서 지난번에 실패했던 딩턴이 속싸개를 뜯고 다시 만들었다. 바이어스는 오늘도 역시나 실패했지만 그냥 무시하고 재봉틀을 돌렸다. 뜯는 시간은 오래걸렸는데 일자박기라 다시 만드는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친김에 엄마 앞치마도 만들까하다가 이 밤에 재단을 할 자신은 없어서 그냥 킹목달 인터넷 강의를 하나 더 보았다. 인터넷 강의를 보는데 남편이 잠깐 일어나 빨리 자라고 했지만 꾸역꾸역 강의를 다 본 후 잠을 잤다. 내일은 듀라터치 강의가 있어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결국 오늘도 늦게 잠들어버렸다. 낮잠을 자지 않아야 일찍 잠이 들텐데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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