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밥솥에 가져온 고구마를 찌고 씻고 준비를 했다. 원래는 9시 조식을 먹고 천천히 체크아웃을 한 후 어제 못갔던 맹종죽 테마공원을 가거나 아니면 통영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올라갈 계획이었으나 어제 아버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우리 친정과 형님네 시댁에 드릴 송이버섯을 가져다주신다고 하셨다. 매번 추석때는 여행을 가는 시댁이지만 이번에는 임산부인 나를 배려해 여행도 안가셨는데 거제까지 편도 3시간이 넘는 거리를 갔다온다고 하면 서운해하실까봐 이번 여행은 철저히 비밀로 다녀온 것이기 때문에 어제 전화를 받고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남편이 오전에 볼 일을 보고 1시까지 시댁으로 갈테니 절대 오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조식도 먹지 않고 과일과 두유만 챙겨먹고 9시에 서둘러 체크아웃을 했다. 비가 와서 남편이 짐을 나르는데 좀 고생을 했다. 어제 미리 좀 올려놓을 걸 그랬다. 아침에 찐 고구마를 먹으며 올라가는데 구황작물을 싫어하는 남편은 거의 먹지 않았다.

  덕유산 휴게소까지 거의 2시간을 쉼 없이 달렸고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남편은 국밥, 나는 토스트와 감자떡을 먹었다. 감자떡이 생각보다 별로였고 닭꼬치, 통감자, 델리만쥬도 먹고 싶었기에 감자떡을 주문한 것이 살짝 후회가 되었다. 장시간 운전을 해야할 남편이 걱정되어 커피를 사주려고 했는데 괜찮다며 거절했다. 이후 시댁까지 다시 1시간 30분을 더 달렸다. 운전만 3시간 30분을 했다. 이럴 때 내가 면허가 있으면 참 좋았을텐데 교대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시댁에 도착해서 송이를 챙기고 시어머님께서는 얼마 전에 반찬을 바리바리 싸주셨음에도 또 2가지 반찬과 밤을 챙겨주셨다. 나는 딩턴이에게 이렇게 헌신적으로 해줄 수 있을까? 노력을 한다고 해도 어머님만큼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앉아서 밤과 송이버섯을 간식으로 조금씩 먹고 갈길이 멀어 일어났다.

  시댁에서 나와 송이배달을 하러 50분 정도 또 차로 이동해 친정에 왔다. 점심을 차려주려다가 먹고 왔다고 하니 복숭아를 한아름 내왔다. 이전에 엄마가 준 배만한 복숭아 3개는 될 것 같은데 꾸역꾸역 다 먹으니 그걸 다 먹었냐며 한 상자 또 사주셨다. 다시는 못 먹을줄 알았던 복숭배 득템에 신이 났다. 회사에 가기 전 아빠가 가게에 들러 산에서 주웠다며 밤을 갖다줬고 점심을 먹었는데 아빠가 반찬으로 먹고 있던 멸치와 진미채를 먹어 보라며 엄마가 따로 싸줬다. 김치류 외에는 생전 반찬을 안싸왔었는데 엄마는 나한테 못해주는게 서운하고 미안한 것 같았다. 지난 추석 때 내가 먹고 싶다던 복숭아 한 상자 사주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셨다는데 그래서 반찬도 가져오고 산후조리할 때 어렸을 때 먹었던 김밥을 싸달라고도 말했다. 딸래미 먹일 생각에 기쁘게 김밥을 쌀 엄마를 생각하니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엄마가 된 엄마가 짠하게 느껴졌다. 이래서 엄마가 되어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나보다.

  친정에서 나와서 잠깐 보강천에 들러 맑은하늘 사진 콘테스트에 낼 사진을 찍은 후 다시 형님 집으로 송이배달을 위해 40분 정도 이동을 했다. 오늘 차만 얼마나 타는 건지 힘이 들었다. 형님네 송이를 드리고 포도와 복숭아를 내주셔서 간식으로 먹으며 6살짜리 조카와 공룡카드를 보며 놀아줬다. 아직 아이와 노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딩턴이랑은 재밌게 놀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시댁, 친정, 형님네 세 집에서 주는 간식을 먹으려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형님네는 기차를 타고 인천에 있는 형님 시댁에 가실 예정이기에 우리도 그만 일어나 집으로 왔다. 거의 5시간 동안 차를 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온 후 빠르게 씻고 낮잠을 좀 잤다. 집에 오니 벌써 5시고 너무 힘든 여정이었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남편이 하루 더 쉴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저녁은 있는 반찬으로 집에서 먹을까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힘들어서 안동국밥에서 파불고기를 먹었다. 안동국밥 파불고기는 진짜 가성비 좋은 아이템이다. 파불고기를 시키면 국밥도 나와서 2가지 메뉴를 함께 맛볼 수 있다. 간만에 파불고기를 먹으니 꿀맛이다. 집에 반찬들이 너무 산적하기도 하고 매일매일 인생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어서 오늘까지 마음껏 먹고 이제 외식은 진짜 줄여야겠다.

  안동국밥에서 나와 산책을 한바퀴 돌았다. 여름, 가을 CU 담은 풍경에 응모하기 위해 블루지움에 있는 CU에 갔는데 남편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안나오는 눈치이다. 거제에서 점포 말고 표지판을 바다배경으로 찍어오긴 했는데 그 사진을 제출해야할 것 같다.

  산책을 돌고 돌아 크레프트비어에 가서 퀘사디아와 남편은 생맥주, 나는 사이다를 시켰다. 저녁을 먹고 나온 안동국밥 맞은편인데 동네를 한 바퀴 돌고오니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 든다. 퀘사디아 오랜만에 먹는데 느끼하지도 않고 정말 맛있었다. 내부 분위기도 너무 좋고 예뻤다.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곳에 오니 마음이 이상하게 울적해서 눈물이 났다. 산책가려고 나온거라 후줄근한 내 모습도 싫고 앞으로 향후 몇 년간은 딩턴이를 데리고 이런데에 올 수 없을테니 내 자신이 아닌 엄마로만 살아가야하는 몇 년이 두렵게도 느껴진다. 나는 나 한 사람도 케어하기 힘든데 잘 할 수 있을까 싶다. 남편도 당연히 두렵지만 서로 도와주면서 잘 해가자고 으샤으샤했다. 또 다음주에 서울갈 때 예쁘게하고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고 말해주었다. 늘 나를 먼저 생각해주고 든든한 내 편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딩턴이 키우는 것도 서로 배려하면서 잘 해보자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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