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을 마신 남편이 배가 고픈지 5시 30분부터 밥을 했다. 집에 있는 비비고 육개장 한 봉을 뜯어 해장용으로 끓여 먹었다. 비비고 육개장은 처음 보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나도 잘 먹었다. 한 그릇 반을 뚝딱한 남편은 이제 됐다 다시 자면 되겠다 하면서 잔다.

  자고 일어나서 남편과 어제처럼 산책을 했다. 아파트 주변을 한 바퀴 빙돌았다. 2킬로 정도 되는 거리였다. 남편과 어제 딩턴이랑 장미꽃도 보고 말도 걸면서 산책했다고 하니 남편도 곧 "딩턴아 저건 무슨색일까?"하며 말을 걸며 걸었다. 어제 혼자 걸을 때는 1500걸음 정도 밖에 못 걸었는데 남편과 이야기하고 노래를 들으며 걸으니 2배나 더 걸었다. 혼자 걷는 것보단 역시 같이 걷는게 더 좋은 것 같다.

  걷는 도중 감탄 떡볶이에서 떡볶이, 순대, 튀김으로 구성된 1인 세트와 쿨피스도 먹고, 남편은 명량 핫도그에서 핫도그 1개도 먹었다. 이런 주전부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산책의 즐거움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잠깐 들러 토마토와 김, 아이스크림을 사고 아이스크림은 집 근처 벤치에 앉아 바람을 쐬며 먹었다. 남편은 와일드바디 난 튜브형 메로나, 튜브형 메로나는 처음 먹는데 원래 메로나의 각진 네모형태를 튜브에도 적용한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각이 져있어 먹을 때 살짝 불편하다. 역시 쭈쭈바는 둥글어야 깨물었을 때 잘 부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메로나바는 빨리 녹아서 손이 끈적거리는데 튜브형은 그럴 염려가 없어 편하다. 집 근처 바로 앞에 자산관리공사가 있는데 늘 한옥스런 담장이 예쁘다고 생각되어 한 장 찍어보았다. 회사다닐 때 가끔 저기 입사하면 얼마나 좋을까? 출퇴근 3시간에서 3분으로 줄겠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님께서 손두부를 사셨다고 하셔서 오늘 저녁에는 보은에 가기로 되어있다. 어머님, 아버님이 더울 때 한 잔씩 드실수 있도록 아침부터 불려놓은 흰 강낭콩물을 갈아 한통 챙겼다. 가는 길에 비가 조금씩 떨어진다. 가기 전에 마트에 들러 토마토 한박스를 사서 아버님 가게에 들른다. 아버님은 잠깐 배달가시고 어머님만 계셨다. 요즘 바쁜 시즌이라 어머님이 많이 가게에 계신 것 같았다. 몸은 괜찮은지, 먹고 싶은건 없는지 여쭤 보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태교도 너무 잘하는 것 같고 요리도 잘해 먹어서 기특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칭찬을 받으니 '아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아버님이 돌아오시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는데 하필 휴무라 원래 가려던 곳이 아닌 조마루 감자탕에 들러 묵은지 감자탕을 먹었다. 비가 오니 따뜻한 감자탕이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감자탕은 고기도 많고 국물에 김치가 어우러져 느끼한 맛을 좀 잡아주는 것 같았다. 특히나 위에 깻잎이 많이 들어 있어 내입에는 더 맛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1개당 2500원이었던 값비싼 감자도 듬뿍 있어 배부르게 한 상 먹었다. 만족스런 식사를 하고 가게에 들러 두부를 챙겨 시댁으로 갔다. 아버님께서 직접 수박을 잘라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시댁은 그래도 아버님께서 집안일을 많이 도와주시는 편이라 남편도 집안일은 같이 해야한다고 교육을 받은 것 같다. 나도 딩턴이가 남자아이면 남편처럼 집안일은 같이 해야한다고 가르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어머님은 올갱이국과 어묵, 참나물, 송이버섯, 떡 등을 싸시느라 바쁘시다. 매번 보은에 갈 때마다 한아름 챙겨주시는 어머님 덕분에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기분이 든다. 짐을 한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님께 전화를 드리고 반찬들을 정리했다. 남편은 피곤하다며 거의 씻고 바로 잠들었고 나는 인터넷강의를 듣고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매번 어머님을 뵈면 느끼지만 진짜 자식에게 뭐든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신 것 같다. 나도 딩턴이를 낳으면 나보다 먼저 생각하고 무한한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아직 자식을 낳아 길러본 적이 없어 자신이 없다. 회사 동생의 블로그의 가보면 아기의 사진을 올려둔 폴더명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이다. 처음인 초보엄마지만 좋은 엄마가 되자고 다짐해본다. 더불어 아침부터 자식 잘 되라고 절에 가서 등불을 달고 온 우리 엄마도 많이 생각이 난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우리 엄마, 아빠 따라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정착한 우리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때는 엄마는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엄마면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줘야된다고 생각했는데 딩턴이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겠지? 딩턴아 엄마도 엄마가 된 건 처음이라 많이 노력해볼께 서툴러도 이해해주고 엄마, 아빠도 힘내서 노력하고 있다는거 나중에 크면 이해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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